“마포로 이사 왔는데 아들이 학교에서 친구들을 따라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전학 온 뒤 처음 치른 시험에서 하위권으로 성적이 나와서 놀랐어요. 전에 살던 데서는 중간 이상은 했었는데…”
서울 마포구의 한 입시학원에서 만난 어느 학부모는 자식 걱정을 하고 있었다. 신흥 부촌으로 이사 온 만큼 학생들의 학구열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자기 아들이 평균 이하일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학부모의 고민은 또 다른 사교육 열풍으로 이어진다. 집 근처 잘하는 입시학원을 수소문해 어디에 보내야 할지 알아보는 중이다. 다른 학부모들의 현실도 마찬가지다. 강북에서 노원구를 넘어 교육 1번지로 성장하고 있는 마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학부모들의 우려는 불안을 키우고 학원도 키운다. 18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마포구에 위치한 학교 교과 교습학원 수는 493개로 지난 2017년 12월(450개) 대비 43개가 늘었다. 1년여 만에 10%나 증가한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같은 기간 서울 지역 전체 학교 교과 교습학원이 1만2,392개에서 1만2,279개로 소폭 감소한 것과 상반되는 수치다. 학교 교과 교습학원은 학생들이 다니는 입시·예술·체육 등 일반 학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성인들이 주로 다니는 평생직업교육학원과 구분된다. 특히 마포의 학교 교과 교습학원 수 증가율(9.6%)은 우리가 흔히 강북 학원의 메카라고 생각하는 노원구의 같은 기간 학원 수 증가율(2.3%)의 약 4배에 달한다. 유독 마포에서 학원 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학구열 높은 학부모들 입성해 사교육 수요 커져
서울 전체 학원 수 감소에도 마포구 1년새 10%↑
반포도 대규모 아파트 생기며 교습학원 300곳 넘어
마포구에서도 학원이 특히 증가하고 있는 곳은 공덕역에서 대흥역으로 이어지는 백범로 일대다. 한강변으로 이어지는 지역에 고층 아파트들이 새로 들어서고 그 일대 골목골목에 학원이 생기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의 사교육 중심지 대치동과 다른 점이 있다면 강남처럼 아파트 근처 생활시설까지 개발된 것은 아닌 상황이어서 한 건물에 여러 학원이 층별로 들어서는 종합학원건물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대형학원이 생기는 것도 시간문제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지난해 11월 종로학원은 중구에 위치했던 본원을 마포구 인근 신촌로로 이전했다. 또한 하이스트·이강학원·이투스247학원 등도 최근 아현동·대흥동 등에 분원을 개설했다. 마포구 학부모·학생들의 입시학원 수요를 고려해 대형 학원들이 투자에 나선 것이다.
지역에 위치한 명문대학교와 고등학교도 학원 증가를 뒷받침한다. 마포구 입시학원에서 만난 학부모는 “아들이 근처에 위치한 연세대 캠퍼스를 갔다 온 뒤 공부를 해야겠다고 말하더라”며 “연세대는 물론 서강대·홍익대에만 입학해도 소원이 없겠다”고 말했다. 대학뿐만이 아니다. 마포구에는 숭문고·서울여고와 같은 명문고가 위치해 있다. 지역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자식들을 해당 고교에 보낸 뒤 근처 대학교에 입학시키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인 것이다.
강북에 마포가 있다면 강남에서는 전통의 대치동과 함께 반포동이 새로운 학원가로 주목받고 있다. 뉴타운 조성과 재개발로 학생이 늘어난 마포구처럼 반포자이·아크로리버파크 등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교육수요가 커진 탓이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반포동에는 301개의 학교 교과 교습학원이 있다. 근처의 대치동(1,029개)이 사교육 수요를 흡수할 것 같지만 300개가 넘는 학원 수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반포동의 한 학부모는 “대치동에서 유명한 강사가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반포동으로 넘어와 새 학원을 차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종합학원보다 단과 위주의 입시 학원이 반포동에 많다”고 말했다. 다만 대치동이 국내 사교육 1번지인 만큼 고등학생이 되면 반포동에서 대치동으로 학원을 옮기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실제 대치동의 학원 수는 1,029개로 서울에서 학원이 가장 많이 위치한 강남구(1,905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강남구의 명문 사립고들과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고·반포고 등 우수한 공립 고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해당 학원을 주로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