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이주열 "무역분쟁으로 韓성장률 0.4%P↓"

물가, 경기 감안하면 금리 낮출 상황이지만
정책여력 확보해 놓는게 중요

  • 황정원 기자
  • 2019-10-21 06:00:02
  • 정책·세금
이주열 '무역분쟁으로 韓성장률 0.4%P↓'

이주열(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0.4%포인트 정도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국내외 주요 기관 중 미중 갈등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총재는 또 “물가와 경기만 보면 진짜 금리를 낮출 상황”이라면서도 “완화적으로 갔을 때 미치는 영향과 부작용도 봐야 하고 정책 여력을 확보해 놓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2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관세 부과에 따른 수출 감소라는 ‘무역경로’를 통한 영향이 -0.2%포인트이고, 경제주체들의 관망행태가 커짐에 따라 투자, 소비 등 기업·가계의 경제활동이 둔화된 ‘불확실성 경로’를 통한 영향이 -0.2%포인트”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은 조사국은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 7월 이후의 무역분쟁에 따른 영향을 시산 분석했다. 세계산업연관표(WIOD)를 이용해 시산한 결과, 미중 추가 관세 인상은 우리 중간재 수출을 직접 제약하는 한편 미중의 내수 둔화에 따라 우리 수출이 감소하도록 작용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0.2%포인트 하락시킨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 두 나라에 대한 총수출 비중은 약 40%에 이른다.

또 한은 거시계량모형(BOK12)을 이용해 추정한 결과, 무역분쟁 심화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불확실성 경로를 통해서는 우리 경제성장률을 0.2%포인트 낮춘 것으로 추정됐다.


이 총재는 “IMF의 분석처럼 미중을 제외한 주요 국가 중 우리가 미중 무역분쟁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았고 반도체 경기 부진까지 가세해 수출 및 투자가 예상보다 부진했다”며 “올해 성장률 둔화는 대외요인 악화 탓이 큰 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성장률 2%대 붕괴 우려에 대해 “3분기 숫자를 봐야 하는데 올해 2.0%, 2.1%, 1.9% 보다 내년에 더 관심을 갖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예시로 든 것이긴 하나 1.9%까지 발언한 것에 미뤄 1%대 하락 가능성이 주목된다. 일본 수출규제 영향과 관련, 이 총재는 “아직은 큰 영향은 없었고 내년 전망을 하면서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내년 전망에 대해 “단기적으로 보면 대외 불확실성이 가장 큰 리스크”라며 “미중 관계가 내년에 더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고, 반도체 경기가 내년 중반쯤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분석돼 올해 보다는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미중이 관세를 올린 조치가 상당기간 효과를 나타낼 것이어서 계속 우리 경제에 부담을 주는 요인인 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마이너스를 기록한 물가에 대해서는 한두 달 정도 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총재는 “12월부터 기저효과가 많이 줄기 때문에 0% 내외가 한두 달은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내년에 1%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한은의 2% 물가안정목표와 현재 물가지표와의 갭이 커 더 완화적 통화정책을 쓸 수 있는 환경 아니냐는 질문에 이 총재는 “물가와 경기만 보면 진짜 금리를 낮출 상황”이라고 답했다. 다만 그는 “그런데도 못하는 이유는 1.25%도 낮지만 현재 수준이 긴축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하강 시점에 두 차례 기준금리를 올렸다는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정책여력 확보를 위한 금리 정상화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재정당국은 시간이 걸리고 의사결정까지는 국회도 있어 리세션(경기침체) 징후가 오면 가장 먼저 움직여야 될 게 중앙은행”이라며 “진짜 어려울 때 쓸 수 있는 카드가 있어야 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가 금리를 두 번 올리지 않았다면 지금 마냥 손 놓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금리는 할 수 있을 때 빨리 정상화 시켜놔야 부작용을 막고 어려울 때 다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이 지난해 금리를 올린 게 경기가 좋아서가 아니라 감내할 수 있을 때 정상화시킨다는 논리였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 총재는 세계적인 저금리의 부작용으로 과도한 수익추구 행위를 꼽았다. 그는 “파생결합펀드(DLF)라든가 파생결합증권(DLS) 파동이 난 것도 보면 저금리 안에서 이런 문제가 나왔고 과도한 수익추구 행위가 금융안정을 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에 대해 이 총재는 “통화정책 여력이 그야말로 소진됐을 경우에 대비해 연구를 하고 있다”면서도 “아직은 금리로 대응할 여력이 있기 때문에 시행여부를 고민하고 검토하는 것은 아직 아니다”고 답했다. /워싱턴DC=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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