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1차합의 서명도 안했는데…"2차 더 쉽다"는 트럼프

中, 美농산물 500억弗 산다지만

2단계엔 산업정책 민감 이슈 포함

합의 미루며 내년까지 끌 가능성

WTO에 對美 보복요청도 변수로

1단계 서명조차 아직 확신 일러

美기업들도 무역戰 장기화 채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단계 합의를 이룬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해 “중국과의 협상이 잘되고 있다”며 “2단계 협상은 여러 면에서 1단계보다 해결이 훨씬 더 쉬울 것”이라고 자신했다. 반면 중국은 협상에서 최대한 시간을 끄는 데 목표를 두면서 장기전까지 배제하지 않고 있다. 미국 주요 기업들은 무역전쟁 장기화 가능성을 고려해 공급망 다변화 같은 대비책을 준비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중국이 농산물 구매를 시작했는데 나는 더 많은 것을 원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농산물 구매는 미국 정부가 중국의 협상 의지를 가늠하는 잣대 중 하나다. 지난 11일 양국이 1단계 ‘미니딜’에 합의하면서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을 최대 500억달러어치 구매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래리 커들로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폭스비즈니스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이번주에 전화로 계속 협의할 것인데 (협상 상황이) 꽤 좋아 보인다”며 “양측 간 협상이 잘 진행된다면 오는 12월에 부과할 예정인 대중 관세를 철회할 수도 있다”고 낙관적 분위기를 전했다. 러위청 중국 외교부 부부장도 “무역협상에서 진전을 이뤘다”며 “서로 존중하면 못할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백악관과 상무부에 따르면 미 정부는 미중 협상을 3단계로 구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1단계는 농산물 구매, 환율협정, 금융시장 개방 등이며 △2단계는 기술이전 강요 금지, 지식재산권 보호, 시장접근 시 공정성 확보 △3단계는 이행강제 방안 등이다. 이 가운데 2단계는 산업과 통상정책이 포함돼 중국 정부가 합의를 꺼리는 부분이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이 “1단계 합의보다 2·3단계 합의가 미국에 진짜 알맹이”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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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 칠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1단계에 서명한 뒤 추가로 단계별 합의를 이룰 것으로 호언장담하지만 중국은 시간 끌기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치 로 BNP파리바에셋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무역전쟁을 질질 끌기를 원한다”며 “일시적 합의는 다음 대화를 위한 수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리커창 총리를 비롯한 중국 핵심 인사들이 겉으로는 미중 협력과 협상 진전을 거론하지만 내심 내년 미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미국의 추가 관세부과만 미루거나 피하면서 합의를 최대한 늦추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미국과의 태양광 제품 분쟁을 이유로 세계무역기구(WTO)에 24억달러 규모의 보복조치 승인을 요청한 것도 새 변수다.

1단계 합의 서명 여부를 아직 확신하기에 이르다는 해석도 있다. 이날 로스 장관은 “반드시 11월일 필요가 없으며 적절한 합의 후 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해 일정이 늦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 기업들도 장기전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220개 미국 기업을 대표하는 미중비즈니스협의회의 제이컵 파커 중국 담당 부대표는 “기업들과 만나 얘기해보면 중국과의 관계는 앞으로 갈등이 훨씬 더 큰 궤도를 가게 될 것”이라며 “가까운 장래에 이 같은 방향이 바뀔 것 같지는 않다”고 우려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기업들이 중국과의 갈등 관계가 길어질 것으로 보고 중국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시작했다”며 “다른 곳에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는 3~5년이 걸린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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