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독일기업' 벤츠와 가까워지려는 중기부... 왜?

중기부, 장차관 잇따라 벤츠 수뇌부 만나며 협력 다짐

日 의존도 높은 밸류체인 대신 유럽과 긴밀한 협조

모빌리티 혁신 늦어지자 '벤츠 플랫폼' 통한 스타트업 발굴

박영선(왼쪽 가운데)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마티아스 루어스(오른쪽 가운데) 메스세데스- 벤츠 승용부문 해외지역 총괄사장,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 사장과 면담을 하고있다./사진제공=중기부박영선(왼쪽 가운데)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마티아스 루어스(오른쪽 가운데) 메스세데스- 벤츠 승용부문 해외지역 총괄사장,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 사장과 면담을 하고있다./사진제공=중기부




22일 오전 김학도(앞줄 가운데) 중기부 차관이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벤츠EQ Future에서 디미트리스 실라키스(앞줄 오른쪽)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제공=중기부22일 오전 김학도(앞줄 가운데) 중기부 차관이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벤츠EQ Future에서 디미트리스 실라키스(앞줄 오른쪽)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제공=중기부


#. 22일 오전 7시 30분,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마티아스 루어스 메르세데스- 벤츠 해외지역 총괄사장(승용부문)과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 사장과 인사를 나누며 협력 방안 모색에 나섰다. 전날 국정감사가 오후 10시 20분께 끝나고 12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같은 날 김학도 중기부 차관은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마련된 메르세데스- 벤츠의 ‘EQ Future(이큐 퓨처)’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임러의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공유하기 위함이었다. 마티아스 해외지역 총괄사장이 한국을 방문한 김에 겸사겸사 일정을 잡았다는 점을 십분 고려해도 중기부의 핵심 인사들이 연달아 ‘독일기업’ 벤츠와 밀착한 일정은 이례적이다.

중기부는 이날 장·차관 동정 발표와 동시에 벤츠와의 협력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양측에서 협력의 증표로 내놓은 것은 굵직한 두 차례의 행사로, 빠르면 올 12월 막을 올리는 ‘커넥티드카 스타트업 해커톤’이 시작을 알린다. 이후에는 내년 하반기 즈음 ‘스타트업 아우토반 코리아’ 행사도 추가로 개최한다.


‘커넥티드카 스타트업 해커톤’은 모빌리티와 연계된 스타트업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해커톤 대회의 주제는 벤츠가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내세우고 있는 ‘MBUX(엠벅스)’일 가능성이 높다. MBUX는 벤츠가 전 세계 스타트업과 협업하고 있는 플랫폼으로 차량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여줄 수 있는 기술과 콘텐츠를 담아내는 그릇(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경쟁을 거쳐 수상자로 꼽힌 한국 스타트업은 벤츠를 글로벌 파트너사로 삼고 세계 시장에 진출도 가능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스마트폰에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담겨있듯 MBUX를 통해 다양한 기능을 차량에 탑재할 예정”이라며 “한국 외 다른 국가에서도 해커톤 등의 방식으로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수혈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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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중견·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에 힘 쏟고 있는 중기부가 다른 누구도 아닌 ‘해외 완성차 업체’인 벤츠를 협력 상대로 고른 배경은 무엇일까. 이번 일은 일견 생뚱맞아 보이지만 정책적으로는 맥이 맞닿아 있다. 올 하반기 중기부 정책 키워드는 ‘스타트업 중흥’과 ‘소부장 경쟁력 강화’이기 때문이다.

중기부는 지난 여름 한일 무역분쟁 이후 우리 기업의 밸류체인 강화 목적에서 일본산 소재·부품·장비를 대체방안을 찾는 동시에 기술을 보유한 타국기업들과의 협력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 밝혔다. 이날 벤츠 외에 바스프, 슈나이더일렉트릭 등 독일기업을 포함한 5개 유럽 기업인들과 만나 한·유럽기업들 간 분업적 협업을 약속한 것도 이 때문으로 해석된다. 중기부 관계자는 “그간 독일 등 유럽기업과 한국 기업의 협력은 지역적 거리감 탓에 상대적으로 소원했다”며 “기술 및 제품 수입의 다변화를 꾀하기 위한 것이 소부장 정책의 핵심인 만큼 해당 분야 고도의 기술력을 보유한 독일과 긴밀히 협력해 우리 기업 경쟁력을 높여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중흥’에서도 독일 기업인들이 키(key)로 등장했다. 현재 한국 모빌리티 산업은 택시업계 등 이해관계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답보 상태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규제 수준을 놓고 갈팡질팡 하는 사이에 중기부는 고사 위기에 놓인 모빌리티 관련 스타트업의 생존을 위해 벤츠와 같은 완성차업체의 플랫폼을 활용하려 한다는 포석으로도 읽힌다.

박 장관은 이날 독일 기업인들과 만남에서 “한국도 유니콘 기업이 9개나 배출됐을 정도로 아시아에서는 스타트업 주요 국가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면 미국과 중국이 패권을 차지한 상태”라며 “독일을 포함한 유럽이 한국과 손잡고 미중 패권에 도전장을 내보자”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한다. 앞서 플뢰르 펠르랭 전 프랑스 중소기업디지털경제부 장관과 면담을 추진한 것도 유럽과 스크럼을 짜고 한국 스타트업의 유럽 진출과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계획 아래 추진됐다.
/이수민·양종곤기자 noenemy@sedaily.com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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