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민혁 검사가 금융위원회 결정을 두고 ‘형사소송법 제234조, 누구든지 범죄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고발할 수 있다.’를 외치는 장면에서 울컥했죠.”
오는 13일 개봉하는 영화 ‘블랙머니’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이하늬(36·사진)는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모두에게 각자의 정의가 있어 선과 악을 구분하긴 어렵지만,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극한직업’ ‘열혈 사제’ 등 코미디 장르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이하늬는 이번에 분위기를 바꿔 금융범죄 수사극으로 관객을 찾아왔다. ‘블랙 머니’는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인수 및 매각했던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다. 이하늬는 차가운 이성으로 무장한 국제 통상전문 변호사 김나리 역을 맡아 뜨거운 가슴을 지닌 검사 양민혁(조진웅 분)과 금융범죄의 전말에 다가간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영화지만, 중간중간 이하늬와 조진웅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피로감을 덜어낸다. 이하늬는 “주제에는 무게감이 있지만 완성된 영화를 보니 예상보다 쉽고 재미있어 놀랐다”면서 “코미디가 메인인 작품은 아니지만, 극한직업 등에서 경험한 희극 연기가 자양분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작품 연출을 맡은 정지영 감독은 지난해 한 동물 예능에 출연한 이하늬를 보고 그를 캐스팅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이하늬는 “예능 덕분에 진지한 작품에 출연하게 된 일이 웃기지만 사회에 필요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외환은행 매각 당시엔 그저 평범한 인수합병이라고 생각했다”며 “젊은 세대들이 사회에 무관심하다는 말이 많은데 저부터 많이 반성했다”고 말을 이었다. 그는 “경제활동에 있어 개인의 행복이 사회와 단절된 상태에서 가능하지는 않다고 본다. 론스타 사건처럼 누가 코를 베어 간 지 모른 채 아파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서로 돌봐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범죄를 다루다 보니 어려운 점도 많았다고 한다. 특히 경제 용어를 익히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BIS 자기자본비율 등 생소한 용어가 많았다”며 “단어를 정확하게 모르면 대사를 제대로 뱉을 수 없어 많이 알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대학 시절 국악을 전공한 이하늬는 2006년 ‘제50회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입상 이후 방송활동을 시작했다. “어느덧 14년 차지만 아직 묘목이라 생각한다”는 그에게 앞으로의 포부를 묻자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매개체가 되고 싶다”는 당찬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K팝을 통해 한국 노래가 퍼져나가듯 연기를 통해서도 한국 문화가 전파되길 바란다”며 “할리우드, 발리우드 가리지 않고 안테나를 켜둘 생각이다. 모국어가 한국어니 한국인 연기가 가장 자신 있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