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정책

청년통장있는데 또 청년저축…정부·지자체 '현금복지' 경쟁

내년 513조 슈퍼예산 제출 틈타

현금 살포성 사업 우후죽순 추진

사회보장위 협의 지침도 '패스'

"국회, 예산안 현미경 심사해야"

0415A06 중복되는 주요 복지 사업



#서울시는 지난 2015년부터 5년째 ‘희망두배 청년통장’ 사업을 하고 있다. 연령과 일정 소득 기준을 만족하는 저소득 청년이 매월 10만~15만원을 2~3년 간 저축하면 저축액의 100%를 서울시가 매칭 해주는 복지 사업이다. 매월 10만원, 3년을 저축해 360만원을 모으면 서울시가 똑같이 360만원을 얹어 준다.

#보건복지부가 내년도 신규 사업으로 신청한 ‘청년저축계좌’ 사업에 총 117억원이 배정됐다. 차상위계층 청년이 10만원을 적립하면 이의 3배인 30만원을 정부가 얹어주는 사업이다. 360만원을 저금하면 정부가 1,080만원을 지원해 총 1,440만원을 모을 수 있다.

513조5,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초(超)팽창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사가 본격화한 가운데 중앙부처와 지자체, 중앙부처 간 현금 살포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수혜 대상과 사업 내용이 유사한 중복 사업들이 줄줄이 예산 심사대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복지 쇼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나랏돈이 눈먼 돈 취급을 받고 있다”며 “현미경 심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3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내년도 예산안을 각 위원회별로 분석한 결과 유사 복지사업이 다수 포착됐다. 이들 중복 사업은 법에서 규정한 사회보장위원회와의 협의 지침도 무시한 채 ‘프리 패스’로 예산 사업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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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부처나 지자체가 저소득 청년 저축통장에 현금을 넣어줘 목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이른바 ‘자산형성 사업’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보건복지부 소관 내년도 신규 사업으로 청년저축계좌 사업을 도입할 예정이다. 차상위 청년 8,000명을 대상으로 3년 간 매월 10만원씩 적립하면 3배를 정부가 얹어주는 사업이다. 하지만 이미 서울시(희망두배 청년통장)와 전남(청년희망 디딤돌통장), 광주(청년비상금통장) 등 지자체에서 청년층을 대상으로 저축액과 적립금을 1대1로 지원하는 자산형성 사업을 고 있다. 중앙정부가 지자체 사업과 경쟁하듯 매칭률을 더 높인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노인일자리(사회서비스형) 사업도 고용노동부의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 사업과 대상과 내용이 겹친다. 노인일자리 사업은 당초 만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를 대상으로 했지만 내년부터 만 60세 이상으로 대상을 확대하면서 50~60대를 대상으로 하는 신중년 일자리 사업과의 중복 문제가 발생했다. 두 사업 모두 은퇴 연령층이 지역사회에 자신의 경력을 서비스로 제공하고 급여를 받는 형태라 사업 내용이 유사하다. 올해 예산 집행 기준으로 신중년 일자리 참여자의 44.8%가 60대 이상이어서 노인일자리 사업 대상과 다수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된 근로 장소도 지역 아동센터나 장애인 거주시설 등으로 유사했다.

문제는 이들 중복 우려 사업들이 사회보장기본법이 정하고 있는 사회보장사업 사전 협의를 건너뛴 채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보장기본법은 유사·중복 복지 제도의 증가를 막고,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사회보장위원회와 협의를 거친 후 예산안에 편성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청년저축계좌 사업의 경우 정부는 4월까지 사회보장위원회에 제도 신설 협의를 요청해야 하지만, 예산안을 제출한 후인 9월에서야 협의를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협의가 아닌, 사실상 통보를 한 셈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예산이 지금과 같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시기에는 중복 사업이 우후죽순 생겨날 가능성이 크다”면서 “복지 사업의 효율성 제고 측면에서 통합적인 관리 체계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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