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HOME  >  오피니언  >  사내칼럼

[만파식적]보이저

  • 오현환 논설위원
  • 2019-11-07 00:05:03
  • 사내칼럼
[만파식적]보이저

1990년 2월14일 명왕성 부근. 태양계 밖을 향해 여행하던 보이저(voyager) 1호가 지구로 방향을 돌렸다. 지구에서 보낸 지 6시간이나 걸려 받은 신호에 따라 지구를 조준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사진 속에는 0.12픽셀의 보일까 말까 한 점이 광활한 우주 속에 먼지처럼 박혀 있었다. 1픽셀의 한 변이 0.26㎜이니 볼펜으로 살짝 찍은 듯한 0.02㎜의 점이 바로 지구였다. 먼지처럼 작은 지구, 그 속에서도 극히 일부분을 차지하는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사진이다.


촬영 아이디어를 낸 고(故) 칼 세이건 박사는 사진 속의 지구를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라고 부르며 같은 이름의 책을 펴냈다. “저 티끌 속에 문명의 창시자와 파괴자, 왕과 농부, 성인과 죄인이 살았습니다. 수많은 피의 강, 잔학 행위, 증오를 생각해보세요.” 인간의 자만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사진이 웅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천문학을 공부하면 겸손해지고 인격이 함양된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은하계에만 유사 태양계가 약 2,000억개나 되고 우리 은하계는 1,000억개의 은하계 중 하나라고 한다. 초끈이론에 의하면 이런 우주가 수십개 이상일 수도 있다고 한다.

보이저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지구궤도 밖의 외우주를 탐사할 목적으로 1977년에 발사한 무인 탐사선이다. 1호는 목성·토성 주변을 통과해 1980년에 공전면 위쪽으로 태양계를 벗어났고 2호는 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 주변까지 통과한 후 2018년 태양계를 벗어나 성간우주(inter stellar space)에 진입했다. 보이저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항해자’라고 불릴 만큼 과학계에 엄청난 수확을 안겼다. 우주공간은 중력·마찰력이 거의 없어 관성으로 등속으로 나아가지만 보이저는 탑재 장비 구동을 위해 플루토늄을 이용한 원자력 전지를 활용한다. 반감기를 감안하면 향후 5년 정도 더 운행된다고 한다.

42년째 탐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보이저2호가 5일 태양계를 벗어난 지 1년이 됐다. 과학계는 지난 1년간 보이저2호가 보내온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태양계의 끝은 ‘뭉툭한 탄환(a blunt bullet)’ 모양처럼 생겼다고 발표했다. 보이저가 40여년 만에 태양계를 벗어났다니 지구인들이 좀 더 겸손해지고 지혜를 모은다면 태양계 밖으로 나가는 날도 올 것 같다. /오현환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XC

시선집중

ad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화제집중]

ad

이메일 보내기

보내는 사람

수신 메일 주소

※ 여러명에게 보낼 경우 ‘,’로 구분하세요

메일 제목

전송 취소

메일이 정상적으로 발송되었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