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프로젝트 리더 세종의 리더십, 지금도 통하지요."

박영규 전 한국승강기대학교 총장

"이 모든 것이 백성을 위한 것이지요."

경청법, 질문법, 공부법 등 세종의 원칙소개

퇴근길인문학수업-연결편(백상경제연구원 지음, 한빛비즈 펴냄)




“과업을 위임하고 묵묵히 지켜보면서 때로는 격려하고 조언하는 세종의 ‘무위(無爲)의 리더십은 60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한국승강기대학교 총장을 지낸 박영규(사진) 박사(정치학 전공)는 정치와 경영의 시각으로 고전을 연구하는 인문학자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무위의 리더십은 조직 전체를 창의적으로 만든다. 세종실록을 꼼꼼히 읽으면서 정치학의 관점에서 그의 위업을 재해석하는 박 박사는 “조직의 활성화를 위한 코칭 리더십, 더 나아가 민첩하게 대응하게 만드는 애자일(agile) 리더십 등 최근 기업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리더십의 유형은 세종의 통치스타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면서 “한글창제, 육진개척(김종서), 아악제정(박연) 등 국가의 중요한 사업을 프로젝트 단위로 수행했으며, 신하들의 전문성을 파악해 각 프로젝트 팀장을 맡기고 강압적인 지시가 아니라 팀장의 재량껏 추진하며 세종의 역할은 상호 협력을 통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9월 출간된 ‘퇴근길 인문학 수업’-연결편(백상경제연구원 엮음, 한빛비즈 펴냄)의 필자로 참가한 박 박사는 ‘세종의 원칙’이라는 제목의 글로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퇴근길인문학수업’은 각 권마다 테마를 선정하고 대학교 강의처럼 커리큘럼을 구성해 전문가들이 참가해 강연하듯 원고를 펼쳐낸 옴니버스 인문학 교양서다.


박 박사는 세종의 리더십이 우수한 통치 업적으로 연결하기까지 사용한 방법 세 가지를 제시했다. 경청법, 질문법, 공부법 등이다. 박 박사는 “신하들의 말이 때로는 자신의 귀에 거슬린다 하더라도 끝까지 들어주는 세종의 자세는 자신의 성정을 다스리면서 군주의 품격을 잃지 않는 성품의 소유자라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세종은 경청으로 끝나지 않고 신하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리더였다. 일찍이 폭넓은 독서를 통해 전문지식과 논리적 사고력 그리고 통찰력을 갖춘 군주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질문으로 파고든 사람은 이미 그 문제의 해답을 반쯤 얻은 것과 같다’고 한 프랜시스 베이컨의 말처럼 세종의 질문에는 이미 답이 들어있다”면서 “토론 형식의 대화 과정에서 신하들은 문제의 해결책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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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직 후 본격적으로 인문학 공부를 시작했다는 박 박사는 제일 먼저 고전 탐독을 시작했다. 뒤늦게 세운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환갑 전에 10권의 책 쓰기’를 실천하기 위해서다. 그는 “일리아드와 오디세이 등 필독서처럼 알려져 온 고전이지만 사실 제목은 아는체 할 수 있지만 정작 읽어 본 기억은 나지 않아 동서양의 고전 목록을 작성해 읽기 시작했다”면서 “고전을 깊이 있게 탐독하게 되면 생각의 뼈대가 단단하고 사고기 깊어진다”며 평생 공부하는 학자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무작정 옛 것을 따르자는 주장은 아니다. 고전을 이해하되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재해석하고 요즈음 언어로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논리다. 그는 논어에서는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섰고, 노자에서는 미니멀리즘의 핵심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고전은 새벽아침 우물에서 맑은 물을 기르듯 각자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터전”이라면서 “남들의 말을 듣고 ‘카더리’식의 정보로는 상대방과 깊이있는 소통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목적의식을 갖고 시간을 들여 책 속에 지식을 스스로 탐색하고 자신의 교양을 건져 올려 삶을 엮어 나갈 때 비로소 반추하고 성찰하게 된다”면서 “이는 정년퇴직을 한 중장년층은 물론 미래가 불투명하고 오늘이 불안한 젊은이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환갑 전에 10권 책 쓰기’라는 그의 목표는 내년이면 달성하게 된다. 지금까지 8권의 책을 썼으며, 내년이면 2권의 책이 더 나온다. 그의 환갑은 2021년이다.

교수로 재직할 때 박 박사는 학생들에게 글쓰기 과제로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어냈다. 그는 “굳이 고전에서 지식을 외우려 애쓰기 보다 읽고 생각하고 그리고 자신의 삶에 투영해 글을 써 본다면 자신의 인생은 달라진다”라면서 “학생들의 글쓰기 과정에서 살아있는 인문학적인 개념도 등장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일상 속의 인문학”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장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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