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시그널] 금호, 현산에 "아시아나 구주 가격 올려달라"…막판 변수로

■ '아시아나 인수' 승기 잡은 현산

인수가격 2.5조 육박 '풀베팅'

구주 지분 31.05% 3,000억대 책정

경영권 프리미엄 사실상 인정 안해

애경, 경영 능력서 우위 점할땐

추가 베팅으로 승부 뒤집을수도



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전에서 2조5,0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베팅한 HDC(012630)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이 사실상 승기를 잡은 가운데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 구주(31.05%)의 가격이 막판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금호산업은 HDC 컨소시엄과 구주 가격을 두고 협상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DC 컨소시엄은 전날 치러진 아시아나 본입찰에서 2조4,000억원대 가격을 써내 경쟁자인 애경(제주항공) 컨소시엄과 KCGI(강성부펀드) 컨소시엄을 모두 따돌렸다. 애경과 KCGI 컨소시엄은 모두 2조 원에 못 미친 가격을 제출했다. 양측의 입찰가는 1조7,000억~1조8,000억원 안팎으로 거의 비슷한 수준에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딜에 참여한 한 IB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를 반드시 차지하겠다는 정몽규 HDC 회장의 강한 의지가 가격 차이를 벌린 요인이 됐다”며 “HDC 입장에서 신주 유상증자에 투입되는 돈은 모두 아시아나 정상화에 쓰이는 투자자금이기 때문에 더 과감한 베팅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자금력 차이가 승부를 가른 결정적 요인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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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가 아시아나를 품을 경우 항공산업 재편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HDC는 현재 항공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지 않아 당장 1위인 사업자인 대한항공을 위협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면세점과 호텔사업으로 항공산업과 시너지를 내기 시작하면 앞으로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 HDC 컨소시엄의 승리를 확정 짓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우선 금호산업이 보유한 구주 가격을 두고 매각자 측과 원매자 측의 줄다리기가 불가피하다. 이번 입찰에 참여한 컨소시엄 3곳은 모두 아시아나 지분 31.05%에 대해 3,000억원 대 가격을 책정했다. 사실상 아시아나 주가(株價)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하지 않은 가격이다. 이에 따라 금호산업은 HDC 측과 구주 가격 인상 여부를 두고 이날부터 협상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권 지분을 시가대로 팔면 배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고 아시아나IDT 등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의 가치가 더 커질 수 있어 가격을 더 높여줘야 한다는 게 금호 측 논리다. 아시아나 인수 대금으로 그룹 재건에 나서야 하는 금호 입장에서도 가격 인상이 절실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항공산업의 가장 큰 특성은 면허산업으로 진입 장벽이 높다는 것인데 국내 2곳 뿐인 대형항공사(FSC)를 인수하면서 프리미엄을 아예 주지 않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별도로 ‘돈싸움’에서 밀린 애경이 막판 추가 베팅에 나설 가능성도 남아 있다. 현산과 애경은 입찰제안서에 모두 응찰가를 인상할 수도 있다는 옵션 조항을 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경이 마지막 승부수를 던질 여지가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번 매각을 주도한 산업은행과 국토교통부 등은 항공사 운영능력 등 정성적 요인도 인수 심사 때 살펴볼 예정이다. 애경 측이 경영능력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는다는 전제하에 입찰가를 더 올려 제시할 경우 승부가 뒤집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반면 애경이 더 이상 자금을 지출할 여력이 없어 사실상 게임이 끝난 것으로 보는 분석도 있다. 대출 등으로 2조원 넘는 자금을 마련하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이 경우 그룹 전반으로 부담이 커져 본업 경쟁력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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