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혐의로 복역 중이었던 ‘남미 좌파의 아이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1년 7개월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룰라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와 돈세탁 혐의로 2017년 7월 1심 재판에서 9년 6개월, 지난해 1월 2심 재판에서 12년 1개월 징역형을 각각 선고받았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이 “2심 재판의 유죄 판결만으로 피고인을 수감하는 건 위헌”이라고 판결해 석방됐다.
룰라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초 남부 쿠리치바 시내 연방경찰 시설에 수감 생활을 해왔다.
물론 이번 석방 결정은 일시적인 조치다.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한 브라질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내려진 것도 아니다.
또 룰라 전 대통령의 ‘무죄’를 뜻하는 건 아니지만 남미 좌파 정치의 상징이었던 그가 풀려났다는 사실만으로도 브라질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앞서 룰라 전 대통령은 석방 후 전국을 도는 ‘정치 캐러밴’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되는 정치적 혼란을 잠재우는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이날 저녁 연방경찰 건물을 빠져 나온 룰라 전 대통령은 “나를 기다려 준 지지자들에게 감사하며, (나의 석방은)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소감을 밝혔다. 당시 연방 경찰 주변에는 가족과 좌파 정당ㆍ사회단체 회원, 지지자들이 대거 몰려드는 바람에 경찰의 통제에도 큰 혼잡이 빚어졌다.
이에 따라 향후 룰라 전 대통령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룰라 전 대통령이 좌파 진영의 선거 전략을 총지휘한다거나, 직접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좌파 진영이 압승을 거둘 경우, 아예 2022년 대선 출마를 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떤 식으로든 브라질 현실 정치에 깊숙이 개입할 것이라는 얘기다.
한편 룰라 전 대통령은 브라질 사법당국의 반부패 수사, 이른바 ‘세차 작전’을 통해 뇌물수수와 돈세탁 혐의가 드러나 기소됐다. 2017년 7월 1심에서 9년 6개월, 지난해 1월 2심에선 12년 1월의 징역형을 각각 선고받았고, 지난해 4월 7일 전격적으로 수감 결정이 내려졌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전날 대법관 전체회의를 열어 이 같은 결정에 대한 심리를 진행한 뒤, ‘찬성 5표, 반대 6표’로 위헌 판단했다. 이에 따라 룰라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날 오전 그의 석방을 법원에 요청했고, 오후에 연방법원이 석방 결정을 내리게 됐다.
이번 조치로 큰 타격을 입게 된 ‘세차 작전’ 수사팀은 전날 성명을 통해 “대법원이 부패와의 싸움에 부합하지 않는 결정을 내렸다. 우리는 정의를 계속 추구할 것”이라고 밝히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