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제2금융

[시그널] "신한캐피탈 정체성은 캐피털 아닌 IB"

허영택 사장 "기존 캐피털 비즈니스 뛰어 넘어야"

스페인 폐기물시설·인니 이커머스 투자까지

리스 등 전통자산 비중 5% 미만으로 줄여

해외 대체자산·창업벤처투자로 성큼

허영택 신한캐피탈 사장허영택 신한캐피탈 사장



금융지주사들이 벤처캐피털 문을 두드리고 있다. 지난해 말 하나금융지주가 하나벤처스를 설립한 데 이어 농협금융지주도 연내 설립을 목표로 삼았다. BNK금융지주는 유쿠아이캐피탈을 직접 인수하며 발을 들였다. 신한금융지주 역시 벤처캐피털 설립을 내부적으로 검토했지만 신한캐피탈을 중심으로 벤처투자에 힘을 싣기로 했다. 올해 창업벤처에 투자할 금액은 94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0% 넘게 늘어날 예정이다.

허영택 신한캐피탈 사장은 “스타트업 투자는 오랜 기간 무수익자산으로 잡힐 수밖에 없다”며 “성과에 대한 부담과 투자 리스크를 회사에서 안고 가야 덜 쫓기고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분사나 신설은 그다음 이야기라는 설명이다.

신한캐피탈은 지난 7월 글로벌영업부를 신설했다. 해외 대체투자를 주요 비즈니스 축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 신한캐피탈은 스페인의 폐기물 처리시설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e커머스 업체 부칼라팍, 미국과 유럽의 발전소와 오피스빌딩·레지던스 등 다양한 해외 자산에 각각 100억원에서 300억원 단위의 투자를 집행했다.


최근에는 발광다이오드(LED) 마스크 렌털업에도 진출했다. 관련 채권을 담보로 기업에 대출을 해주는 일종의 구조화 금융이다. 태양광을 넘어 풍력발전 투자에도 눈을 돌렸다. 기존 금융권이 하지 못하는 니치마켓을 발굴하는 데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허 사장은 신한캐피탈의 정체성을 “캐피털사가 아닌 투자은행(IB)”이라고 정의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않고 기존 비스니스에만 천착하면 생존이 어렵다는 위기의식을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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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사장은 “캐피털업 자체가 우리나라 고도 성장기 당시 시중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는 업권을 채우기 위해 발달한 것”이라며 “저성장기에 접어들고 순이자마진(NIM)이 줄어들면 시중은행이 제2금융권 비즈니스로 침투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시중은행들은 기존 캐피털사들의 주요 텃밭이던 오토금융을 비롯해 중고차 시장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신한캐피탈은 팩토링과 설비 및 자동차 리스, 선박금융 등 전통 비즈니스 비중을 전체 영업자산의 5% 미만으로 줄였다. 빈자리는 유가증권, 구조화 금융, 신기술 투자, 대체투자 등으로 채우고 있다. 현재 글로벌 자산 규모는 3,500억원으로 1년간 50% 가까이 늘었다. 신한캐피탈은 올 8월 신종자본증권 1,000억원을 발행하며 창업·벤처 등 혁신투자를 위한 자본을 확충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8,300억원 안팎이던 자기자본을 금융지주계열 캐피털 업계 1위인 KB캐피탈에 버금가는 1조원 가까이로 맞췄다.

허 사장은 “남들과 다르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늘 강조하고 있다”며 “남들이 보기에 위험한 투자일 수 있지만 의사결정을 그만큼 치열하게 하고 감리를 강화해 객관적으로 위험을 관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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