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넷플릭스 등 해외 OTT 공세에 위기감…'시장의 손' 들어줬다

[유료방송 결합 승인]

공정위 "디지털 중심 변화 반영"…3년만에 판단 바꿔

결합 완료하면 점유율 KT 30%-LG 24%-SK 23%로

'합산규제' 불확실성 해소땐 후속 M&A도 이어질듯




교차판매나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알뜰폰) 인수 같은 핵심 쟁점들에 제한을 두지 않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유료방송 결합 심사 결과에 대해 업계에서는 ‘시장의 손을 들어줬다’며 환영했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넷플릭스를 비롯해 디즈니·애플 등 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들이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은 채 국내 시장을 빠르게 ‘접수’하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이 덩치를 키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절박함에 정부의 공감이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치로 국내 유료방송 업계의 ‘3강’ 체제 개편이 급물살을 타면서 후속 인수합병(M&A)도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LG유플러스(032640), 헬로모바일 품어도 경쟁 유효”=10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공정위의 유료방송 결합 심사에서 최대 쟁점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알뜰폰 인수였다. CJ헬로의 알뜰폰 브랜드 ‘헬로모바일’은 알뜰폰 시장 내 점유율 9.8%를 차지하는 1위 사업자다. 기존 3대 이통사를 견제하고자 알뜰폰 시장을 육성했는데 이통사가 알뜰폰 1위를 품으면 전반적인 알뜰폰 시장을 위축시켜 결과적으로는 이용자들에게 불리해질 것이라는 게 이번 알뜰폰 인수를 반대하는 측 주장이었다. 실제 지난 2016년 SK텔레콤(017670)의 CJ헬로 인수 추진 당시 공정위가 결합에 제동을 건 이유 중 하나도 ‘헬로모바일’의 특수성이 작용했다. 3년이 흐른 지금 공정위의 결론은 ‘LG유플러스가 헬로모바일을 인수해도 시장 경쟁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였다.

가장 큰 이유는 과거 SK텔레콤이 압도적 이통시장 1위 사업자였던 것과 달리 LG유플러스는 3위 사업자로, CJ헬로 알뜰폰 이용자 점유율을 더해도 전체 이통시장 점유율이 21.9%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또 이번 조치가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거나 경쟁을 제한(약화)할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했다. CJ헬로 가입자나 점유율이 매년 감소세로 3년 전보다 시장 내 입지가 축소됐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되레 LG유플러스와 CJ헬로가 함께 혁신적인 서비스나 판매채널을 만든다면 이통시장 전체의 경쟁을 활성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교차판매도 허용…과기부 심사도 ‘낙관적’=교차 판매를 허용한 점도 업계가 반색한 대목이다. 인터넷TV(IPTV) 판매망에서 케이블TV를, 케이블TV 판매망에서 IPTV를 팔 수 있는데 이 경우 티브로드는 전국 곳곳에 위치한 SK텔레콤 영업망을 활용해 손쉽게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다. 이동통신시장 지배력이 유료방송까지 전이되면서 케이블사업자 간 경쟁을 벌이는 시장에서는 CJ헬로나 티브로드가 훨씬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셈이다.

관련기사



공정위가 양사에 공통으로 내건 시정조치는 △케이블TV 수신료의 물가상승률 초과 인상 금지 △8VSB(아날로그 방송요금으로 디지털 방송 시청) 케이블TV 가입자 보호 △케이블TV 전체 채널 수, 소비자선호채널 임의감축 금지 △저가형 상품 전환, 계약 연장 거절 금지 △고가형 방송상품으로의 전환 강요 금지 △모든 방송상품에 대한 정보 제공, 디지털 전환 강요금지 등으로 대체로 예상했던 내용들로 평가된다. 이처럼 대체로 유료방송 결합에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은 것은 유료방송 내 IPTV 점유율이 2014년 35.3%에서 지난해 47.5%로 훌쩍 뛰어오르는 등 디지털 중심으로 시장이 빠르게 변하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료방송 결합은 앞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의 심사를 거쳐야 하지만 과기정통부가 규제보다는 산업육성에 초점을 두는 만큼 남은 절차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유료방송 3강 체제 급물살, 조급한 KT(030200)=업계에서는 큰 이변이 없다면 내년 초까지 과기정통부의 심사가 끝나 유료방송이 KT와 LG·SK 계열 등 3강 체제로 바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KT(IPTV)와 KT스카이라이프 합산 점유율은 31.07%로 압도적 1위였지만 유료방송 결합 완료시 LG유플러스(CJ헬로 포함)가 24.54%,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포함)는 23.92%로 1위를 견제할 덩치를 갖게 된다.

새로운 결합을 바탕으로 한 시너지가 나타난다면 1위와의 격차는 더 좁혀질 가능성이 크다. KT 역시 규모 확대를 위해 딜라이브(6.29%) 인수를 추진했지만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이 33%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합산규제 부활 논의가 국회에서 장기화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경쟁사들의 결합을 지켜보고만 있는 형편이다. 최근 과기정통부와 방통위가 합산규제를 대신할 사후규제안을 마련한 만큼 국회만 승인하면 KT도 추가 인수합병(M&A)에 나설 수 있지만 언제 논의가 이뤄질지 불투명하다. 만약 합산규제가 부활되지 않을 경우 LG유플러스나 SK브로드밴드 역시 추가 M&A에 따라 시장점유율이 33%를 넘을 수 있는 만큼 규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CMB나 현대HCN 등 다른 유료방송에 대한 M&A도 촉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료방송 규모 확대로 콘텐츠나 네트워크 서비스 수준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임진혁·나윤석기자 liberal@sedaily.com

임진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