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제임스 딘

1955년 9월30일. 시속 180㎞로 캘리포니아 국도를 달리던 포르쉐 550 스파이더가 마주 오던 트럭과 정면으로 부딪혔다. 운전자는 캘리포니아주 레이싱 대회에서 아마추어 2위를 할 정도로 실력 있는 카레이서였지만 끔찍한 충돌에 목을 크게 다치며 앰뷸런스 안에서 눈을 감았다. 청춘과 반항의 아이콘이자 ‘원조 오빠’ 제임스 딘. 그는 ‘자이언트’ 마지막 촬영 후 24세에 이렇게 불꽃 같은 삶을 마감했다.

딘은 원래 단역배우였다. 31편의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에 나왔지만 엑스트라였다. 그의 인생을 바꾼 사람이 바로 ‘에덴의 동쪽’을 감독한 엘리아 카잔이다. 딘의 연극을 보고 재능을 발견한 카잔은 연기 수업 이후 ‘에덴의 동쪽’ 주연을 맡겼다. 딘은 외로운 청춘을 절묘하게 표현하며 스타덤에 오른다. 이어 ‘이유 없는 반항’에서 10대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이며 젊은이의 우상이 됐다. 그리고 마지막 작품이 죽기 전 찍은 ‘자이언트’다. 엘리자베스 테일러, 록 허드슨과 함께 연기한 딘은 이 작품으로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의 사망 소식 이후 미국에서는 5명의 소녀가 생을 따라 버렸고 열성적인 팬들은 죽음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영화 속 빨간 재킷과 곁눈질하며 바라보는 모습은 아직도 수많은 청춘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관련기사



그의 부활을 꿈꾸는 팬들 때문일까. 사후 64년 만에 딘이 되살아난다. 베트남전을 다루는 영화 ‘파인딩 잭’에서 제임스 딘이 극 중 소대장 로건 역을 맡는다고 한다. 컴퓨터그래픽(CG)으로 영상을 만들고 목소리는 다른 배우가 맡는다. 내년 11월11일 북미에서 개봉한다. 제작자인 안톤 에른스트는 “화면 테스트를 봤는데 100% 제임스 딘과 똑같은, 상상한 그대로의 모습이었다”고 흥분했다.

제임스 딘은 CG로 부활한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생전 딘은 “생과 사의 간극을 메울 수 있다면, 죽은 후에도 살 수 있다면 그는 위대한 사람일 것이다. 불멸만이 진정한 성공”이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의 말만 놓고 보면 못다 한 배우의 삶을 죽어서라도 다시 이어갈 수 있음에 기뻐할 것 같다. 하지만 기계로 만들어진 그의 얼굴에서 섬세한 반항의 숨결을 느낄 수 있을까.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더라도 이후 컴퓨터로 만들어질 ‘제2, 제3의 제임스 딘’을 보면서 인간이 품어내는 향취를 느낄 수 있을까. /김영기 논설위원

김영기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