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여전한 '민원예산' 민낯...與간사도 절레절레

한국 잡월드 경영난 심각한데 호남권 새로 건립땐 악화 우려

與 한정애 "상임위도 안거쳐...건립비 증액, 동의 못해" 거부

의원들 '쪽지예산 방지법' 반대...총선 앞둬 밀실예산 심해질듯

대통령 공약 사업이었던 잡월드를 순천에 건설하기 위한 ‘지역성 예산’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마저 논의를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현재 한국 잡월드의 수입이 지출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역 문제를 끌어들여 호남권에 새로 건설한다면 경영사정이 나빠질 게 뻔하다는 이유에서다. 지역성 예산의 온상으로 불리는 예산결산위원회 소(小)소위를 금지하는 ‘쪽지예산방지법’이 검토되고 있지만 이러한 관행이 쉽게 근절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에 따르면 한 의원은 지난 5일 열린 환노위 예산심사소위에서 오는 2020년 예산안에 9억원 증액된 ‘순천 잡월드’ 건설비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호남권 직업체험센터 설립이 어떻게 상임위도 통하지 않고 쪽지 예산으로 집어넣어 진행될 수가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자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순천? 순천시 김태년(민주당 의원)이네”라고 말했고 예산소위 위원장인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건 건물 건립비다. 2016년부터 해왔던 것을 이제 와서 못 하게 하면 어떻게 되느냐”며 원안 통과를 요구했다. 위원들끼리 한 차례 실랑이를 벌인 후 해당 안은 보류하기로 했다. 순천 잡월드는 해당 지역구의 이정현 무소속 의원(당시 새누리당 대표)이 사업 유지에 총력을 다한 사업으로 김동철 의원 역시 광주 유치를 20대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김태년 의원은 전남 순천 출신이다.



이처럼 여당 간사마저 호남권 잡월드 사업 예산 증액에 반대하는 것은 현재 경기도 성남에서 운영되고 있는 잡월드의 경영악화가 나날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새로 호남 잡월드가 건립될 경우 수익이 절반으로 뚝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잡월드의 2019년 총지출은 359억원, 자체수입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47억원에 불과했다. 부족분은 정부 출연금 211억원으로 메웠다. 출연금은 2014년 73억원에서 매년 증가해 2020년 예산에는 33억원 증액된 244억원이 국회에 제출됐다. 잡월드는 올 8월 고용노동부가 진행한 산하 기타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6개 기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513억 규모의 예산안을 심사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소위가 11일 가동되며 지역 예산 유치를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쪽지 예산의 온상으로 불리는 예결특위 소소위를 금지하는 안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제출하기 위해 검토하고 있다. 쪽지 예산은 국회가 정부 예산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의원들이 지역구 예산 증액 등 민원이 담긴 쪽지를 예산결산특별위원들에게 전달해 실제 예산에 반영되는 관행을 말한다. 그러나 지역구 의원들과 각 부서 관계자들이 “소소위가 없으면 예산 논의를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고 반대하면서 법안 제출이 미뤄지고 있다.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예산 챙기기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며 쪽지 예산 관행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인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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