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대형마트는 惡? 발의안 42개중 40개가 '옥죄기법'

■유통산업발전법 전수 조사해보니

등록제→허가제·의무휴업 강화 등

여야 모두 소상공인 보호에만 초점

"여전히 대형마트=강자 인식 강해"

산업-중기부 유통혁신 뒤로 한채

유통법 소관 놓고 밥그릇 싸움만



이커머스 확대에 따라 전통 유통 채널이 붕괴되는 등 유통 업계의 지각변동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20대 국회가 발의한 42개 법안 중 40개가 대형 유통업체의 손발을 묶는 규제 일변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커머스의 고공행진에 대형마트 역시 생존 경쟁에 뛰어든 상황이지만 정치권은 대형마트를 규제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는 유통산업법 소관 부처를 놓고 밥그릇 싸움을 벌이고 있어 정치권과 정부 모두 유통혁신에 손을 놓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여야 덮어놓고 대형마트 옥죄기=1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분석한 결과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총 42개로 이 중 단 두 건을 제외한 법안 모두 입지규제, 영업일 제한 등으로 확인됐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지역 소상공인 강화에만 초점을 둔 셈이다. 규제 완화 법안은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 안으로 의무휴업일에도 대형마트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 영업은 영업을 가능케 하자는 내용이다. 나머지 40건은 보면 대규모점포 등록제를 허가제로 강화 △대규모점포 개설시 지자체와 협의 강화△의무휴업 강화 △농협 등으로 영업규제 대상 강화 등이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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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강자…이커머스> 대형마트=소상공인 보호도 필요성이 인정되지만 대형마트를 옥죄는 규제 일변도의 법안 발의는 정치권이 유통업계 트렌드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가 점차 커가면서 대형 유통업체도 점차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며 “이마트가 창사 이래 첫 적자를 보는 등 달라진 유통환경에 정치권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는 ‘악’ ‘강자’라는 시선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마트는 지난 2·4분기 1993년 11월 창립 이후 분기기준 첫 적자를 기록했다. 비단 이마트뿐만이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의 매출은 올해 1월을 제외하면 2~8월 사이 모두 전월 동기 대비 감소했다. 지난 8월에는 -0.8%를 기록했고 지난 7월에는 -13.3%를 나타내면서 대형마트 ‘수난시대’라는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 유통점 규제는 포퓰리즘”이라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대형 유통점 규제에도 살아남지 못하는 것이 드러났는데 계속해서 대형마트만을 규제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선거를 앞두고 ‘눈가리고 아웅’식의 정책을 내놓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부·중기부, 유통법 소관 두고 밥그릇 싸움=유통산업법 개정안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 자체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20대 국회 개원과 다음날 발의된 법안을 포함 해 총 42개의 법안 중 처리된 법안이 단 한 건에 그치기 때문이다. 국회가 정쟁에 빠져 국회 자체가 열리지 않는데다 상임위원회 내에서도 유통산업법 개정안이 덜 중요하다고 여겨지면서 제대로 된 심사조차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민감한 유통법 개정에 여야가 사실상 눈치보기로 시간만 허비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더해 산업부와 중소벤처기업부는 유통산업발전법 소관 부처를 놓고 격돌하는 등 자중지란까지 겹쳤다. 두 부처의 밥 그릇 싸움은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법안 때문에 시작됐다. 김 의원은 “규제를 통해 중소유통기업과 영세 상인들을 보호하고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하므로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사무를 주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산업부는 “유통산업 발전을 위해 전반적 관점에서 기본계획을 수립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며 “백화점, 대형마트 등의 대규모점포와 준대규모점포에 대한 관리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등 유통산업 전반에 대해서 관리·감독하기 위해서는 전체 산업 분야를 관장하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업무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소벤처기업부로 소관을 이관하게 될 경우 중소기업·소상공인 보호·육성정책 측면에 운영이 집중될 수 있어 유통산업 전반적인 관점에서 소비자의 선택권이 저해될 가능성이 있어 이관이 어렵다”고 밝혔다.
박형윤 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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