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감사인 재지정 혼란 뒤에야 ..."늑장 대책"

[당국, 회계개혁 부담 완화방안 발표]

감사인 지정 시기, 11월->8월 당겨

감사委 주기 3년에 한번 개최도 허용

"대책 빨랐더라면 좋았을것" 비판도




금융당국이 상장사의 감사인 지정 시기(현행 11월)를 8월로 앞당기고 회계법인들의 수시 감사인 등록을 허용하는 내용의 회계개혁 부담완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대책을 발표한 시점이 감사인 사전 지정을 받은 상장사 855곳 중 절반 이상이 재지정을 신청하는 등 일대 혼란을 겪은 뒤 감사인 본 통지를 받게 된 날이라는 점에서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2일 코스닥협회에서 회계 관계 기관과 민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신외감법 공포 2년 즈음한 회계개혁 간담회’를 열고 기업·회계법인 부담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대책에는 대체로 상장사와 회계법인들이 요구해온 내용이 반영됐다.


먼저 11월이었던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에 따른 감사인 지정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다. 기업과 회계법인 모두 감사인 교체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호소에 따른 조치다. 아울러 지정 감사인으로 교체되는 상장사가 전기 감사인에게 의무적으로 의견진술 기회를 줘야 하는 규정도 불합리하다는 지적에 따라 생략하기로 했다.

관련기사



현행법상 매년 개최해야 하는 감사인선임위원회는 유권해석을 통해 3년에 한 번만 개최해도 되도록 변경했다. 또 전기 감사인과 당기 감사인의 감사 의견이 다를 때 당기 감사인이 이를 반드시 감사보고서에 기재하도록 했다.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에 따라 감사인이 바뀌며, 감사 비적정 의견이 나올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감사인 등록에 어려움을 겪어온 중소 회계법인을 위해서는 현행 일괄 등록인 감사인 등록 방식을 수시 등록으로 바꾸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도입된 신외감법에 따르면 상장사 감사를 하거나 감사인 지정을 받기 위해서는 감사인 등록을 마쳐야 하지만, 지난달 초까지 감사인 등록을 마친 회계법인은 전체 130여개 중 20개에 불과하다. 등록하지 못한 중소형 회계법인들은 감사인 등록 기준이 너무 높다며 크게 반발해왔다. 손 부위원장은 “회계의 급격한 제도 변화에 따른 우려가 여전히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기업·회계법인이 요청한 사항을 기본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검토해 부담완화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강경진 상장사협의회 회계정책팀장은 “주기적 지정제와 감사인등록제 모두 시행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면서도 “일단 감사인 지정 시기를 앞당기고 감사인선임위원회 개최 주기 연장, 감사인 지정 시 전기 감사인에 대한 의견제출 생략 등은 부담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지난해 11월 신외감법 도입 당시부터 재계와 회계법인이 법 도입에 따른 혼란을 호소해왔다는 점에서 이날 대책 발표가 다소 늦었다는 점에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 중소회계법인 대표는 “중소회계법인 입장에서 수시 등록은 반길 일이지만, 정책이 너무 늦은 감이 있다”며 “법 도입 이후 너무 단기간에 밀어붙이면서 충격을 완화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날 내년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시행 대상 상장사 220곳과 금융감독원 감리 결과에 따른 직권 지정 대상 회사 635곳 등 총 855곳에 대해 지정 감사인 본 통지를 단행했다. 지난달 사전 통지를 받은 이들 기업 중 독립성 위반, 규모가 작은 감사인 희망 등의 사유로 총 300곳 이상이 재지정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 통지 때 지정을 받은 EY한영이 재지정을 요청하며 어디가 감사인이 될지 관심을 모았던 KB금융의 감사는 삼정KPMG가 맡게 됐다.

양사록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