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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꿈을 심는 꿈' 현실 되나

■꿈에 담겨진 과학

자는 동안에도 활발한 뇌활동

외부자극 없이도 시각적 상상

새벽 렘수면때 더 많은 꿈 꿔

심리 연구·영감에 도움 분석

자각몽 발전되면 '꿈 조종'하고

타인 생각 훔치는 시대 올수도





영화 ‘인셉션’에서 주인공 코브의 주술적 의미가 담겨 있는 팽이.영화 ‘인셉션’에서 주인공 코브의 주술적 의미가 담겨 있는 팽이.


기원전 2,700년께 점토판에 처음 기록된 것으로 알려진 고대 바빌로니아의 ‘길가메시 서사시’에는 꿈으로 미래를 점치는 장면이 여럿 나온다. 수메르의 도시국가 우루크를 통치한 길가메시가 유성이 떨어지거나 번개가 치고 산이 무너지는 꿈을 꿨을 때 각각 주변에 해몽을 부탁하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길가메시는 ‘영원한 삶’을 찾아 떠나는 여정에서 우여곡절 끝에 불로초를 손에 넣지만 돌아오는 길에 뱀에게 뺏기고 한탄한다. 하지만 꿈에 나타난 신으로부터 “죽음을 피할 수는 없지만 저승의 왕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돌에 행적을 새긴 뒤 담담히 죽음을 받아들인다.

이처럼 인류는 오래전부터 해몽에 매달려 왔다. 기원전 2세기 그리스에서 해몽이라는 뜻의 ‘오네이로크리티카’가 집필돼 남아 있을 정도다. 동서고금을 망라해 수많은 해몽서가 남아 있고 연구논문도 나와 있다. 최근 ‘꿈, 심리의 비밀’을 펴낸 국경복 전북대 석좌교수(전 국회정책예산처장)는 “꿈 일기를 꾸준히 기록하고 꿈을 분석한 역사와 방법을 탐구했다”고 했다.


의사이자 심리학자였던 지크문트 프로이트(1856~1939)는 꿈을 ‘무의식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파악했다. 현실과 무의식의 자아에는 간극이 있는데 무의식에 숨기고 싶은 성적 욕망, 공격성, 상처, 고민 등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무의식을 탐구하면 타인을 효과적으로 이해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어 그의 분석은 나름 유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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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1940년대까지는 자는 동안 뇌가 멈춘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이후 뇌파 분석을 통해 꿈이 뇌 활동, 다시 말해 의식의 세계에서 이뤄진다는 것이 밝혀졌다. 앨런 홉슨(86) 전 하버드의대 정신과 교수가 잠자는 동안 두피 곳곳에 전극을 붙여 전기적 활동을 측정한 결과다. 그는 “수면 중에도 깨어 있을 때처럼 뇌가 같은 수준으로 활동한다. 외부자극이나 의지 없이도 시각적 상상이 일어난다”고 밝혔다. 뇌파 분석을 통해 인간이든 동물이든 불안 심리를 반영해 편도체가 팽창하는 모습도 관찰되는데 이는 생존기술을 익히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수면 상태도 깊이 잠든 상태인 비렘수면(non-REM sleep)은 기억 유지와 신경세포 기능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새벽에 뇌가 깨어 있는 상태의 렘수면(REM sleep)으로 갈수록 꿈을 많이 꾸는 것으로 분석됐다. 잠을 자면 비렘수면에서 시각정보를 다루는 측두엽 피질이나 논리적 사고와 판단을 맡는 전전두엽 피질의 기능이 약해졌다가 렘수면에서 다시 전전두엽 피질이 움직이며 기억과 경험을 재정비한다는 것이다. 이때 산발적으로 튀어나오는 파편이 꿈이라는 얘기다. 윌리엄 돔호프 미국 캘리포니아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사람은 깨어 있는 상태에서는 꾼 꿈의 내용을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했다. 많은 꿈을 꾸더라도 기억나는 게 일부에 그친다는 말이다.

홉슨 박사는 “해몽은 재미있지만 과학적이지는 못하다”고 봤지만, 꿈이 의식의 세계라면 사람의 심리를 연구하거나 영감을 얻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불후의 명곡 ‘예스터데이’를 부른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가 꿈에서 선율을 듣고 후다닥 피아노를 치며 곡을 옮겨 적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러시아 과학자 드미트리 멘델레예프가 꿈에서 주기율표 영감을 얻었다는 얘기도 회자된다. 기자도 그전에 뭔가 힘든 일이 있을 때면 좀처럼 먼저 전화를 하지 않으셨던 시골 어머니께서 전화해 “꿈에 힘든 게 보인다. 이런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씀하시곤 해 깜짝깜짝 놀랐다. 꿈꾸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는 ‘자각몽’을 꾸는 사람들도 있는 점을 고려하면, 과학이 발전해 나중에 가상현실(VR)처럼 꿈을 조종할 수도 있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공상과학(SF) 영화 ‘인셉션’에서처럼 드림머신이라는 기계로 다른 사람의 꿈에 접속해 생각을 빼낼 수 있는 미래가 펼쳐질지 주목된다.

한편 ‘잠이 보약’이라는 말처럼 잠을 충분히 자야 뇌의 노폐물을 정리해 기억을 유지하고 면역력 증가와 질병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라 루이스 미국 보스턴대 연구팀이 최근 자기공명영상 기술을 통해 실험한 결과, 깨어 있을 때는 3~4초에 한 번씩 약하게 뇌척수액이 유입되지만 수면 시에는 20초에 한 번씩 더 많은 양의 뇌척수액이 뇌 안으로 들어왔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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