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현정택의 세상보기] 미·중 무역전쟁 관전과 대응법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美中분쟁에 韓GDP 0.3% 감소

아세안·美로 투자지역 등 확대

경제체질 개선·경쟁력 높여야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2004년 봄 뉴욕타임스에 중국을 위해 기도하자는 글이 실렸다. 토머스 프리드먼이 쓴 칼럼인데 중국 경제가 무너지면 미국·아시아·세계 경제가 위험하니 중국의 금융기관과 기업이 잘 지탱할 수 있도록 기도하는 내용이다. 심지어 당시 중국 지도자인 후진타오 주석을 비롯한 리더들이 120살까지 살고 그때까지 9% 성장을 계속하게 해달라는 문구도 있었다.

그로부터 십여년이 지나 미국의 중국에 대한 시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특히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의 굴기를 공개적으로 선언하면서 이제 중국은 미국과 패권을 다투는 경쟁자로 각인됐다. 중국의 ‘제조업 2025’는 미래 첨단산업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고, 이 첨단기술을 지식재산권 침해 및 미국 기업에 대한 압력을 통해 빼내는 것으로 보며, 중국의 수출은 미국 일자리를 없애는 일로 간주하게 됐다.

이러한 미국의 생각을 구체적인 조치로 실행에 옮긴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다. 지재권 침해를 이유로 340억달러의 중국 정보기술(IT)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시작으로, 올 9월까지 총 2,500억달러에 25%의 관세를 물리고 이에 더해 지난달부터는 1,120억달러 상품에 15%의 관세를 부과했다. 아직 실행은 되지 않았지만 현재 25% 물리는 상품에 대한 관세를 30%로 인상하는 계획과 잔여 중국 상품에 대해 다음달 15일부터 15%의 관세를 추가하는 계획도 발표한 바 있다. 중국도 이에 맞서 처음 500억달러, 추가 600억달러의 미국 상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고 750억달러 추가 계획을 준비했다.


무역전쟁으로 올 8월까지 미국의 대중 수출은 16%, 수입은 12% 감소하는 등 미중 모두 피해를 봤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양국은 워싱턴과 베이징을 오가며 여러 차례 협상을 벌였다. 그 결과 중국이 500억달러의 미국 농산물을 구매하고 금융 개방과 지식재산권 보호조치를 약속해 1단계 협약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나왔으나, 관세 철회를 포함하는 문제를 둘러싼 백악관 참모와 트럼프 대통령의 이견으로 아직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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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을 목표로 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의 농산물 구매 약속은 큰 도움이 되며, 무역갈등을 해소하면 경제 성적표라고 할 수 있는 주가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미국 국민의 60% 이상이 중국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하고 24%가 중국을 러시아와 같은 강력한 적으로 인식하는 점을 고려할 때, 어설픈 합의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따라서 1단계 협약의 시기와 상관없이 그 내용은 앞으로 추가 관세를 확산하지 않는다는 휴전에 가까운 성격이 될 것이다. 양국이 2·3단계 협의를 계속 이어나가겠지만 미국 경제가 괜찮고 중국도 정치적 입장이 있어 양보를 통한 획기적인 합의가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협약이행 문제 또는 화웨이와 같은 개별 회사의 문제가 부각돼 새로운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세계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다. 올 세계 교역량은 불과 1% 정도 성장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크게 밑돌았고 이로 인해 무역 비중이 높은 독일·싱가포르·한국 등의 성장이 크게 둔화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미중 무역전쟁으로 한국 GDP가 0.3% 감소했고 그중 절반은 한국에서 중국을 거쳐 미국으로 가는 물량의 감소로 인한 효과라고 한다. 중국 외 지역, 예컨대 베트남 등 아세안 국가로 투자 지역을 확대하거나 제품에 따라 최종 수요지인 미국에 바로 투자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국과 중국, 유럽과 일본의 내년 성장률이 올해보다 낮거나 비슷하다고 했다. 어려운 교역 환경을 견딜 수 있도록 경제 체질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송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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