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 79일 만에 검찰에 출석했지만 피의자신문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진술 태도로 조사시간이 줄면서 구속영장 청구 등 검찰 수사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고형곤 부장검사)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은 이날 오전9시35분부터 변호인 참여하에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조 전 장관이 검찰에 출석한 것은 검찰이 지난 8월27일 압수수색으로 수사를 개시한 지 79일, 법무부 장관직에서 사퇴한 날로부터 한 달 만이다.
조 전 장관은 첫 검찰 출석에서 포토라인을 피했다. 중앙지검 1층 현관에서 기다리던 취재진과 지지자들에게 포착되지 않은 것. 검찰과 비공개 협의를 거쳐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조 전 장관은 대검찰청이 최근 시행한 ‘공개소환 전면폐지’ 조치를 적용받은 첫 사례가 됐다.
검찰은 조 전 장관에게 사모펀드, 자녀 입시, 웅동학원 등과 관련된 비리 의혹을 차근차근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 관련 의혹에서는 조 전 장관이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더블유에프엠(WFM) 주식을 차명으로 매입한 사실을 알았는지가 관건이다. 이를 알았는지 여부에 따라 정 교수가 주식 매입으로 올린 수익을 조 전 장관에 대한 뇌물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자녀 입시에서는 딸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에 대해 뇌물 혐의 가능성이 거론된다. 검찰은 조 전 장관 딸에게 지도교수로서 1,200만원의 장학금을 준 노환중 부산대 의전원 교수의 부산의료원장 임명 과정에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의 영향력이 미쳤는지 따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11일과 13일 노 원장을 잇따라 불러 조사했다.
또 조 전 장관의 딸과 아들이 서울대 법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증명서를 허위발급받은 데 조 전 장관이 관여했는지에 대한 의혹도 불거진 상태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지난주 조 전 장관의 서울대 연구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동생 조모씨의 웅동학원 위장소송 혐의에 연루됐는지, 정 교수의 증거조작과 증거은닉 행위를 알고 있었는지도 조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날 조 전 장관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며 수사팀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의 밀실조사를 거부하고 재판에 가서 공개적으로 다퉈보겠다는 전략일 수 있다”며 “검찰개혁의 희생양이라는 대국민 메시지로도 해석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조 전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떤 혐의일지는 모르나 저에 대한 기소는 이미 예정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며 “그 경우 저에 대한 혐의 역시 재판을 통하여 진실이 가려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의 의혹이 다양한 분야에 걸쳐져 있는 만큼 검찰 조사는 여러 차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 전 장관이 계속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조사 진행과 조서 열람 속도가 빨라져 조사 횟수가 한결 줄어들 수 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조사 결과를 놓고 구속영장 청구 등 향후 수사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