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당신은 리얼돌을 찬성하시나요? 찬반 남녀에 직접 들어봤다 [부스의참견]

내 생각과 꼭 닮았기도 하고 때로는 전혀 다르기도 한 세상의 수많은 이야기들. 신문, TV, 유튜브 등 곳곳에서 펼쳐지는 이슈들에 대해 가감 없이 속 시원하게 이야기 나눠볼 만한 곳이 없을까요. “그건 사실이 아니야”라고 외치고 싶었던 당신의 속마음을 서울경제 유튜브 ‘부스의 참견’에서 대신 참견해드리겠습니다. 대놓고 말하지 못해 찜찜했던 이야기들을 부스 속에서만은 거리낌없이 풀어보자구요.





“전 남친이 제 얼굴로 리얼돌을 만들었어요” vs “야동도 못 보게 하는데 성인기구도 못 사게 하면 안 돼죠”

큰 눈에 앵두 같은 입술,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를 가진 예쁜 인형. 바로 사람을 ‘리얼’하게 닮은 ‘섹스토이’ 리얼돌 얘기인데요. 실리콘 소재의 리얼돌은 단순히 겉모습을 넘어 입, 항문 ,성기 등 ‘은밀한’ 부분까지 인간을 똑같이 모방합니다. 이런 ‘리얼함’ 때문에 리얼돌 사용을 두고 ‘여성의 존엄을 해친다’는 입장과 ‘개인의 자유’라는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죠. 특히 관세청의 수입통관보류 결정을 취소하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기름을 부었습니다. 리얼돌 사용에 관한 찬반 문제에서 이제는 남성과 여성의 ‘성(性) 대결’의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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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의 참견팀은 팽팽한 양측의 입장을 가진 두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대화를 나눈다면 이 갈등이 해소될 수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리얼돌 사용을 지지하는 입장이자 유튜브 성인용품 리뷰어로 인기를 끌고 있는 박찬우(찬우박)님과 ‘리얼돌은 문제가 많다’는 주장을 펼치는 김여진 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피해지원국장이 나눈 이야기의 전말을 함께 들어보시죠.



■Q1. 굳이 ‘여자’를 흉내낸 성인용품이 세상에 필요한가

리얼돌 찬성론자와 반대론자 모두 성인이 가지는 성적 욕구의 존재와 그것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성인용품을 사용할 수 있다는 지점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합니다. 다만 그 성인용품이 꼭 ‘여성’의 모습을 꼭 닮아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입장이 팽팽히 갈리죠.



“리얼돌은 성인용품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하는 박찬우씨에 대해 김여진 국장은 “단순 성인용품이 왜 굳이 사람의 형상을 지녀야 하느냐”고 묻습니다. 김 국장의 주장은 “리얼돌은 결국 여성에 대한 ‘대체품’이며, 이 대체품은 여성의 인권과 존엄을 침해하는 형태로 만들어졌다”는 겁니다. 그는 또 “가슴, 엉덩이 등 성적인 부분을 과장해서 구현한 점으로 볼 때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바탕으로 한 대체품이라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여성을 사물화하는 현상을 더욱 가속화함으로써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합니다.

김 국장의 의견에 대해 박 씨는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남성은 시각적인 자극에 약한 편인데, 이왕 성인용품을 사용할 바에는 여자 형상을 한 제품이 더 좋은 것일 뿐이라는 거죠. 박 씨는 여성과 닮은 성인용품이 실제 여성을 대상화하고 물화(物化)하는데 부정적 촉매 역할을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인형은 인형일 뿐’인데 이를 두고 실제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은 지나치다”며 “여자와 닮았다고 해도 리얼돌은 다른 성인용품과 마찬가지인 상품일 뿐이며 실제 여성과는 관계가 없고, 리얼돌의 여자의 인권을 떨어뜨린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죠.



■Q2. 리얼돌의 본질은 여성 신체에 대한 지배 욕구?

여성학자나 여성단체가 숱한 성인용품 중에서 유독 리얼돌에 불쾌감을 느끼는 이유는 여성의 형상을 똑같이 본뜬 인형을 남성들이 제멋대로 사용한다는 점일 겁니다. 실제 여성에게는 하지 못할 여러 행위들을 인형에게는 한다는 점이 여러 부정적인 생각들을 떠올리게 하죠. 이런 여성들의 불쾌함을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한 것이 지난달 18일 발표된 윤지영 건국대 부설 몸문화연구소 교수의 논문입니다. 윤 교수는 “리얼돌로 인한 성적 자극의 본질에는 여성 신체를 장악하고자 하는 지배 의지가 내포돼 있다”고 주장했죠.

박찬우씨는 윤 교수의 주장이 그저 황당하고 놀라울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박씨는 “보편적이고 정상적인 사고 방식의 남성이라면 여성 신체를 장악하려는 지배 의지 때문에 ‘리얼돌’을 사용하는 일은 없고, 그런 상상도 안 한다”고 단언했습니다. 그는 이어 “만약 내가 지구본을 구입하면 세계 정복을 꿈꾸는 것인가”며 “이게 바로 윤 교수의 주장을 들은 일반 남성들의 기분”이라고 했죠.

하지만 김 국장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김 국장은 “리얼돌 중에서는 여성의 발에 성기가 달려 있다던가 하는 것들이 있고 이건 곧 이런 외형에 끌리는 남성이 있다는 의미지만 실제로 이런 신체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결국 성욕이나 성 충동의 해소 방법은 학습되는 측면이 강하다는 것을 전제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여성 신체를 꼭 닮은 리얼돌을 소유자 마음대로 활용하는 행위가 지속적으로 학습된다면 곧 ‘실제 여성에 대한 지배, 여성 신체에 대한 침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구조적 인식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Q3. 리얼돌이 성범죄를 부추길 수 있다?

리얼돌에 내포된 성적 자극의 본질이 여성 신체에 대한 지배 욕구라면 이는 곧 강간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실제 유튜브만 보더라도 리얼돌을 분해한다거나 리얼돌을 대상으로 가학적인 성행위를 한다거나 하는 영상들이 적지 않게 올라오죠. 여성단체나 여성학자들이 리얼돌 합법화에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입니다. 하지만 이런 부작용에 대한 주장에 대해서도 자신이 ‘보편적 남성’을 대표한다고 강조하는 박찬우씨는 “그건 리얼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의 문제”라고 단언하죠.

박 씨는 “정상적인 사고 방식을 가진 남성이 리얼돌을 사용한 후 여성과도 비슷한 행위를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성범죄를 일으킬 것이 아니라 여성을 유혹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리얼돌 사용이 성범죄나 반사회적인 행위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은 “남성이라는 동물을 참 안 좋게 보는 시선”이라는 거죠. 리얼돌로 가학적 영상을 찍는 행위에 대해서도 “인형이 아닌 실제 사람으로 한 가학적 행위는 이미 영화 등을 통해서도 충분히 접할 수 있다”며 “리얼돌이 있어서 그런 성범죄가 더 많이 생긴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Q4. 아동·연예인 본뜨는 리얼돌까지도 이해해야 하나?

끝으로 리얼돌 합법화 이후 새롭게 등장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의견을 각자에게 물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여성 연예인이나 지인의 얼굴로 리얼돌을 제작했다는 ‘커스터마이즈(주문제작)’ 논란이죠. 이런 일이 허용된다면 아동 등을 대상으로 하는 이상 성욕까지 인정해줘야 한다는 것이냐는 비판도 많습니다. 아동이나 커스터마이즈 리얼돌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리얼돌 찬성’을 외쳤던 박찬우씨 역시 우려를 표현했습니다. 다만 “정상적이고 보편적인 성욕을 가진 남성이라면 ‘아동 리얼돌’이나 ‘연예인 얼굴의 리얼돌’을 찬성하는 사람은 없다. 이런 요구는 남성들 사이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행동”이라고 강변했죠.

박씨와 김 국장 두 사람은 모두 커스터마이즈 리얼돌, 특히 아동 리얼돌에 대한 규제가 빠르게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다만 김 국장은 “아동청소년 형상을 한 리얼돌을 반대한다면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한 리얼돌에도 반대를 해야 논리가 맞다”는 생각이고 박 씨는 “성인 여성에 대한 성인 남성의 성적 욕구는 자연스럽기 때문에 그걸 해소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이 무엇이든 범죄가 아닌 이상 막을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죠. 김 국장은 “어떤 음란한 목적의 콘텐츠가 있을 때 우리의 인식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우리 사회가 ‘무엇이 야한 것’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인식에 소유자가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리얼돌이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어느 정도 규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들의 ‘참견’은 약 1시간 30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입장 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는데요. 그래도 얼굴을 맞댄 채 서로 깊이 있는 의견을 나눠봤다는 점에서 한 걸음 나아간 발전이라고 믿고 싶네요. 결국 판단과 선택은 각자의 몫입니다. 찬성과 반대로 갈린 두 사람의 참견을 들으신 후 여러분은 어느 쪽에 좀 더 공감이 가시나요? /제작=정수현·이종호기자 value@sedaily.com
정수현,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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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미디어센터 정수현 기자 valu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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