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미국 서부의 교통 혁신 중심지인 로스앤젤레스(LA)에 미래 모빌리티 사업 근거지를 마련했다. LA시와 미래 모빌리티 사업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현지에 관련 사업을 위한 전용 법인 ‘모션 랩(MOCEAN Lab)’을 설립하기로 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협약은 미국 본토에서 미래 모빌리티 혁신을 위한 전략적 요충지를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 LA는 미국 최대 교통도시로 개인 승용차의 나라인 미국에서는 드물게 대중교통 수요가 매우 큰 곳이다. LA 시민들은 매년 1인당 9,741달러를 대중교통비로 쓰는데 이는 뉴욕(7,907달러)이나 런던(5,445달러)보다 높은 금액이다. LA 시내에서 운행되는 전기차는 미국 전체 전기차의 20%에 달한다. 대중교통 관련 스타트업도 뉴욕시에 비해 2배 이상 많고 일론 머스크가 지하를 뚫어 고속 교통 캡슐을 시험하는 곳도 LA다. LA시 또한 오는 2028년 LA올림픽을 앞두고 도심 교통 혁신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열린 모션 랩 카셰어링 서비스 출시 행사에 에릭 가세티 LA 시장과 니나 하치지안 LA시 국제 부문 부시장이 참석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현대차그룹은 교통 도시 LA를 근거로 삼아 미국 전역에 현대차의 모빌리티 서비스를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우선 모션 랩을 통해 이달부터 LA도심 주요 지하철역인 유니온역·웨스트레이크역 등의 인근 환승 주차장 네 곳을 거점으로 지하철역 기반의 카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나아가 LA 다운타운과 한인타운·할리우드 지역에 공유 차량 300대를 투입해 서비스를 확산할 계획이다. 특히 현대차는 차고지 제한 없는 프리플로팅 형태의 카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어서 진정한 미래형 모빌리티라는 평가를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카셰어링 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로보택시·도심항공모빌리티 등 미래 교통수단을 연구해 LA를 중심으로 미국 전역에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LA시는 현대차의 이 같은 혁신 작업에 적극 협력한다. LA시 산하기관인 LA메트로, LA 교통국(LA DOT)과 협업하며 사업을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과 LA시의 모빌리티 사업 협력 결정은 인간을 중심으로 한 ‘이동의 자유’를 실현하겠다는 공동 목표에 따른 것”이라며 “모션 랩은 모빌리티(Mobility)·전동화(Electrification)·연결(Connectivity)·자율주행(Autonomous Driving)을 기반으로 하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 변모하겠다는 정의선 총괄 수석부회장의 판단 아래 다양한 관련 혁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22일 서울 양재동 사옥에서 열린 직원들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현대차그룹이 지금은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지만 미래에는 자동차 50%, 항공모빌리티 30%, 로보틱스 20%로 사업구조가 변할 것”이라며 “현대차는 그 안에서 관련 서비스를 하는 회사로 변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싱가포르 그랩, 인도 올라, 미국 앱티브, 호주 카넥스트도어 등 해외 모빌리티 관련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것 또한 이 같은 미래 흐름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국내에서도 물류업체 메쉬코리아와 마카롱 택시를 운영하는 KST모빌리티에 전략 투자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유망한 글로벌 모빌리티 업체를 계속 발굴해 협업할 것”이라며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과 공유경제를 결합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개발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