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발생한 초미세먼지의 32%는 중국에서 건너온 것이라는 한중일의 공동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는 중국이 한국에 미치는 미세먼지 영향을 과학적으로 인정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다만 도시별 영향에 대한 세부 수치에 대해서는 국가마다 차이가 존재하고 각국의 책임 소재를 배제한 학문적 연구에 가까운 결과물이어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정책 공조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2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동북아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 물질 국제공동연구 보고서’의 요약본을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한중일 3국의 전문가들이 연구를 진행한 후 각국 정부의 검토를 거쳐 완성됐다.
대기질 측정 모델 기법을 활용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7년 한국의 3개 도시(서울·대전·부산)에서 발생한 초미세먼지에 대한 중국 측 영향은 32%로 측정됐다. 우리나라가 자체적으로 미친 영향은 51%로 조사됐으며 일본의 대기오염 물질이 한국에 미친 영향은 2% 수준이었다. 중국과 일본의 미세먼지에 대한 한국 측 영향은 각각 2%, 1%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자국에서 미세먼지를 발생시킨 ‘자체 기여율’은 한국 51%, 중국 91%, 일본 55%로 나타났다. 중국을 떠도는 초미세먼지는 대부분 중국의 대기오염 물질에서 비롯된 셈이다.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3개 도시(도쿄·오사카·후쿠오카)를 대상으로, 중국은 6개 도시(베이징·텐진·상하이·칭다오·선양·다롄)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3국이 공동으로 발간한 보고서임에도 불구하고 도시별로 각국의 영향에 대한 수치에는 일부 차이가 나타났다. 일례로 서울의 초미세먼지에 대해 우리나라는 중국 측 요인을 39%로 추산했으나 중국은 이보다 훨씬 낮은 23%로 산출했다. 일본은 한국과 동일하게 중국 측 요인을 39%로 파악했다.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진행한 장윤석 국립환경과학원장은 “한국과 일본은 같은 모델을 기반으로 연구를 했고 중국은 다른 모델을 사용했기 때문에 다소 차이가 난다”면서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초미세먼지의 30% 정도는 중국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3국이 함께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미세먼지 고농도 시기로 분류되는 12~3월 대신 연평균으로 환산한 수치만 보고서에 담긴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한국의 미세먼지 고농도 시기에는 국외 요인이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의견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장 원장은 “고농도 시기마다 바람의 방향 등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올해 2월 27일부터 3월 초까지의 경우 중국 기여율이 70%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성과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정책 공조로 이어질지도 불분명하다. 보고서 요약본을 공식 발표한 한국과 달리 중국은 별도의 대외 공표를 하지 않았는데 이는 미세먼지의 발생 요인과 관련해 여전히 좁혀지지 않는 각국의 입장 차이를 방증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장 원장이 이날 브리핑에서 “3국 과학자들이 합의한 이번 ‘기여율’은 현재로서는 그나마 가장 정확한 수치”라면서도 “연구 진행 과정에서 한중의 책임 공방은 되도록 배제했다”고 강조한 것 역시 이런 배경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초 이 보고서는 지난해 발간될 예정이었으나 중국이 이견을 보이면서 시점이 다소 늦춰졌다. 2013년 이후 대대적인 미세먼지 감축 정책에 나선 중국이 최신 자료를 연구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발간이 연기됐다는 게 국립환경과학원의 설명이다. /세종=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