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이 살아서 꿈틀거리는 게 보이시죠? 완도산 전복이 산소팩에 담겨서 물류센터로 직송되는데 환경을 생각해 플라스틱 젤팩이 아니라 얼린 워터팩을 넣어 포장하고 있어요. 워터팩이 녹으면 하수구에 버려도 될 정도로 환경에 무해합니다.”
◇집하장을 가득 채운 ‘착한’ 갈색 종이박스=지난 20일 오후 10시. 마켓컬리가 모든 포장박스를 종이로 바꾸겠다며 ‘올페이퍼 챌린지’를 선언한 지 두 달을 맞아 장지동 물류센터를 찾았다. 이곳에서 만난 배송 담당자는 찰랑찰랑 거리는 물과 함께 산소팩에 동봉된 전복을 들어 보이며 “전복은 24시간 내 배송되어야 하는 신선식품으로 마켓컬리 내에서는 ‘하루살이’ 제품이라고 부른다”면서 “친환경 포장재로 바꾼 이후에도 신선함을 유지하며 배송하고 있는데 종이상자 안에 담긴 가재가 박스를 툭툭 칠 정도”라고 이같이 말했다.
오후 11시. 새벽배송 주문이 마감되자 냉장창고 내 400여명의 작업자들은 더욱 분주해졌다. 으슬으슬한 내부 온도(영상 4도)에 롱패딩을 입은 작업자들이 고객들의 주문 내역에 맞춰 ‘대신 장보기’ 모드에 돌입한 것이다. 이날 기록적인 추위에 오프라인 장보기를 꺼리는 고객들의 주문량이 늘면서 마켓컬리의 100% 직매입 제품을 보관하던 상자는 하나둘 빈 공간을 드러냈다.
장바구니는 마켓컬리 내 유일한 자동화 설비인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포장대로 이동했다. 작업자들은 포장 상자에 제품을 하나씩 담고서는 에어캡이 아닌 종이 완충재를 사용해 포장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박스를 닫는 테이프도 비닐이 아닌 종이 재질이었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어 만족스럽지만 스티로폼, 비닐 등으로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는 데서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아 지난 9월 말부터 친환경 포장재 사용을 확대했다”면서 “또 과대 포장이라는 지적을 해결하기 위해서 더 작은 크기의 박스를 만드는 등 올페이퍼 챌린지 선언 후 박스의 종류가 15개에서 20개로 늘렸다”고 말했다.
◇신선도가 ‘생명’…포장법만 5,000개에 달해=기자가 주문한 전복, 치즈 등 냉장 제품은 보라색 글씨로 쓰인 ‘Kurly’ 종이상자에 담겼다. 상온 제품인 컵밥은 연보라색 글씨의 박스에, 냉동 제품인 아보카도 퓨레는 흰색 글씨체의 박스에 각각 포장됐다. 마켓컬리는 상품별로 최적 온도에 맞춰 배송하기 위해 두께와 재질이 다른 종이상자 3종류로 구분해 담는다. 함께 보관할 시 다른 제품이 냉해를 입거나 후숙되는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포장법에서도 마켓컬리는 차별화된 노하우를 발휘한다. 연어의 신선도를 위해 윗면에 워터팩을 부착하고, 채소의 경우 냉해를 방지하기 위해 워터팩을 상자 내에서도 최대한 먼 곳에 배치하는 식이다. 언제 포장하는지에 따라 포장 방법도 달라진다. 마켓컬리는 오후 5시쯤 200명의 주문분에 한해 미리 포장을 시작하는데 이때 일찍 포장되면서 신선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냉매제를 추가로 넣는 등 조치를 취한다. 이 같은 마켓컬리의 포장법이 5,000여 개가 될 정도라고 한다. 마켓컬리에는 ‘24개의 계절’이 있다. 단순히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누는 것을 넘어 온도 등 환경을 세부화하고 최적의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렇게 특별 포장된 제품을 싣고자 마켓컬리의 상징인 보라색 배송트럭이 오전 12시부터 하나둘씩 모였다. 각 트럭에는 최대 50여 개의 박스가 담겨 오전 1시부터 서울 전 지역, 수도권(일부 지역 제외)으로 향했다. 기자가 거주하는 서대문구는 알파벳 ‘D’, 물류센터가 위치한 송파구는 알파벳 ‘S’로 분류되는 등 지역마다 고유한 코드가 부여됐다.
◇최상의 품질 위한 깐깐한 고집=마켓컬리가 포장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친환경 경영을 펼치는 것은 물론 신선한 제품을 식탁 위까지 전달하기 위해서다. 그러다 보니 마켓컬리의 품질 기준은 엄격한 편이다. 매주 상품 위원회를 열어 새롭게 입점하는 상품을 검수하는데 이때 70가지 기준을 통과하지 않으면 상품을 들이지 않는다. 가까스로 통과되었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다. 오전 7시. 각 산지에서 배송된 상품이 물류센터에 도착하면 40여 명의 담당자가 제품의 품질을 점검한다. 과일은 당도까지 확인하고 일정 당도 이하면 받지 않는다.
마켓컬리는 산지와의 직접 계약을 넘어 자체 브랜드를 운영하는 데로 나아갔다. 최근에는 1,300만원짜리 프리미엄 한우를 구입해 자체 한우 브랜드 ‘PPUL:뿔’을 론칭했다. 품질은 한우 오마카세 전문점에서 즐길 수 있는 수준이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육우 자체 브랜드 ‘일상미소’ 외에 1++ 등급의 최고급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마켓 컬리에서만 판매하는 자체 브랜드로 뿔을 선보였다”면서 “첫 출시 후 하루 만에 매진되어서 현재는 두 번째 소를 숙성하고 있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글·사진=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