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장기 유동성 장세 지속...안전·위험자산 동시에 담는 '바벨전략'을

[머니+ 글로벌 포트폴리오 가이드]

'유동성의 바다'에서 투자하는 방법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경기하강 경계감에 중앙은행들 더 공격적인 통화정책

자산가격 많이 오르고 있지만 버블 염려해야할 상황

주식 선진국 중심 매수, 채권은 고위험 하이일드 피해야







요즘 전세계 자산시장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단어는 바로 ‘유동성’이다. 글로벌 자산시장은 ‘유동성의 바다’에 떠 있는 한 척의 조각배나 마찬가지다. 이 배가 암초에 걸려 좌초할 위기에 처할때 마다 새로운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자산가격을 부양시켜 온 결과가 바로 지금의 시장이다. 물론 유동성을 공급해온 주체는 주요국 중앙은행들이다.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로 통칭되는 지난 10년 동안의 유동성 확장정책은 자산시장의 상황을 극적으로 변화시켰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글로벌 금융시장은 시스템 붕괴를 우려했지만 지금은 반대로 자산가격이 너무 상승해 거품을 염려해야 할 상황이 되어버렸다. 과거에는 위험자산의 가격이 상승할 때 안전자산 가격은 정체되곤 했지만 지금은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이 동시에 상승해버리는 시장이다. 넘쳐나는 유동성이 모든 자산시장을 동시에 들어 올린 것이다. 유동성의 힘이건, 펀더멘털의 힘이건 아무튼 자산가격이 상승하기만 한다면 좋은 일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만약 시장이 영원히 상승할 수만 있다면 그런 생각도 어느 정도는 일리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반드시 끝이 있는 법. 그리고 버블의 크기가 클수록 그 충격도 크다는 것에 근본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버블과 관련해 과거 워런 버핏은 ‘수영장에 물이 빠지고 나면 누가 벌거벗은 채 수영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비유를 한 바 있다. 지금은 물이 가득 찬 수영장에서 누구나 거리낌 없이 헤엄칠 수 있는 시절이다.

미 연준은 왜 시장을 유동성의 바다로 만들어버린 것일까. 여기에는 금융위기 당시 연준의장이었던 벤 버냉키의 소신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2002년 연준에 들어가기 이전까지 경제학 교수였던 버냉키는 주로 미국 대공황을 연구하는 학자였다. 20세기 전반기 대공황이 미국경제를 강타하는 동안 당시 연준은 적극적 정책을 자제하는 태도를 보였다. 고전학파가 경제학의 주류를 차지하던 그 시기 정부의 개입은 시장을 교란시킬 뿐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다시피 시장은 기대했던 자정능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대공황은 10년 동안 지속됐다. 버냉키는 대공황 당시 연준의 판단을 비판하며 시스템 위기에는 과감한 통화확장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버냉키의 학자적 신념이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라던 2008년 금융위기를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만들어버렸다. 대공황 이후 10년이 지날 때까지 다우지수는 이전 고점의 절반도 회복하지 못했지만 금융위기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 미국 증시는 2007년 고점보다도 2배 이상 급등해버렸다.


지금으로선 유동성 확장정책의 성패를 평가하기 어렵다. 자산가격은 상승했지만 경제구조는 취약해졌다. 통화확장정책이 어떤 결론으로 마무리될지는 향후 수 년이 더 지나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유동성의 바다를 꼭 불편하게 바라볼 필요는 없다. 넘치는 유동성은 다양한 자산시장에 모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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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과 채권, 선진국과 신흥국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망설이는 투자자들에 권해주는 전략은 ‘바벨전략’이다. 바벨의 양 끝에 2개의 추를 달아 들어 올리는 역기처럼 지금은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을 동시에 포트폴리오에 담는 전략이 필요하다. 상승하는 시장에서는 위험자산이 안전자산보다 더 큰 수익을 안겨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주식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에는 지금은 내재된 위험이 너무 많다. 미중 무역분쟁이나 브렉시트 같은 정치적 리스크는 뒤로 놓더라도 경기국면 자체가 취약하다. 넘치는 유동성이 시장을 지탱하고 있지만 ‘깊은 바다는 파도 역시 거칠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이 위험을 두려워해 채권 중심으로 자산을 보유하는 전략도 노련한 투자자의 태도라고 볼 수는 없다. 올해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도 주식과 채권 모두 큰 폭으로 상승하던 모습을 우리는 지켜보았다. 경기하강에 대한 경계감도 높아졌지만 반대급부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도 더 공격적으로 실행되었고 이는 자산가격의 상승으로 귀결되었다. 내년 역시 당분간은 올해와 비슷한 성격의 시장이 연장될 것이다.

투자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이 유동성의 바다에 가볍게 접근해서도 안된다. 주식을 매수하되 선진국 중심으로 접근할 것을 권한다. 또 채권을 매수하되 하이일드 같은 고위험 채권은 피해갈 것을 권한다. 지난 10년 동안 상승해온 시장의 변곡점이 언제 찾아올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선진국 및 달러 중심의 포트폴리오가 우리를 보호해 줄 수 있다.

아직은 수영장에 물이 가득 차 있는 시간이다. 이 시간 동안은 수영을 즐기면 될 것이다. 다만 이 유동성이 영원할 리는 없다는 것만은 기억하자.

양사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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