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가 중국 자동차 판매·물류 기업과 합자사를 설립하고 현지 중고차·해운사업 확대에 속도를 낸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들이 중국에서 독자 사업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현대글로비스는 28일 서울 역삼동 본사에서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 판매·물류 그룹인 창지우와 현지 중고차 유통 및 완성차 해운사업을 위한 합자사 2개를 설립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이날 계약식에는 김정훈 현대글로비스 사장과 보스주 창지우그룹 회장 등 양사 수뇌부가 모두 참석했다.
이날 계약으로 현대글로비스는 중국 중고차 유통시장 진출을 위한 ‘베이징창지우글로비스자동차서비스’와 해운 사업 확대를 위한 ‘상하이창지우글로비스해운’ 등 합자사를 설립한다. 현대글로비스의 중국 현지 법인인 베이징글로비스와 창지우그룹 자회사인 창지우기차·창지우물류가 각각 합자사에 출자하는 구조다. 창지우그룹은 지난해 7조원의 매출을 올린 완성차 물류, 신차 판매, 자동차 금융 기업이다. 합자사 설립을 통해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현지에서 높은 시장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중고차 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중국 중고차 시장 규모(지난해 기준 1,382만대)가 신차 판매량(2,808만대)의 절반 이하 수준이어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신차 판매량이 지난 2017년에서 지난해 사이 약 880만대 줄었음에도 중고차 판매는 같은 기간 140만대 이상 늘어날 정도로 성장세 또한 꾸준하다.
현대글로비스는 창지우기차가 현지에 보유한 신차 딜러 영업망을 이용해 중고차 사업을 전개하기로 했다. 우선 내년부터 창지우기차의 딜러가 집결해 있는 광시좡쭈자치구에서 중고차 판매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오는 2021년부터는 허난성, 산시성, 쓰촨성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글로비스는 국내에서도 국내 최대 중고차 경매장을 운영하는 등 중고차 유통에서 노하우와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창지우그룹과 해운 사업도 펼친다. 두 회사의 해운사업 합자사는 우선 동남아시아를 목표로 한 완성차 해상운송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중국 내 완성차 업체들의 신차 수출 물량과 올 5월 수출이 허용된 중고차 물량을 현재 사업을 진행 중인 동아시아뿐 아니라 동남아, 나아가 전 세계로 보내겠다는 목표다. 현대글로비스는 해운 합자사를 통해 내년부터 중국-한국-홍콩-필리핀을 오가는 노선 운영을 시작하고 이후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달 초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한 ‘5대 현지화 전략’을 발표한 현대모비스에 이어 현대글로비스도 이번 계획을 발표하면서 현대차그룹 자회사들의 중국 내 독자 사업 추진 흐름이 강화되는 모양새다. 중국 내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기아차 관련 사업만 펼쳐서는 현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의 성장이 정체된 만큼 현대모비스·현대제철·현대글로비스 등 그룹 내 자회사들이 모두 각자의 활로를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s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