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나쁜 교육]내편 아니면 네편, 편 가르는 'I세대'

■조너선 하이트·그레그 루키아노프 지음, 프시케의숲 펴냄

1995년 이후 출생한 '인터넷세대'

과잉보호속 높은 성취도 강요 받아

안전 집착…위험 감수·모험 안해

불안·우울 심하고 다른 생각 배척

문제의 원인은 학부모와 교육자들

올바른 가치관 이끌 교육방법 고민




오늘날 대학생들은 어려서부터 높은 학업 성취도와 입시 스펙에 매달리며 관리를 받아온 세대다. 그 어떤 세대보다도 정보 파악과 네트워크 구축, 어학 등에 있어 다양한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동시에 우울증, 불안증을 겪는 비율이 높고 자살률도 급증하고 있다. 이들의 주무대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는 타인의 사소한 실수에 대해서도 무자비하게 망신을 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우리’와 ‘그들’로 편을 갈라 상대를 악의적으로 매도하는 일에도 익숙하다. 이는 특정 국가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젊은 세대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신간 ‘나쁜 교육’은 이러한 현상을 과잉보호 속에서 자란 90년대 생에게서 나타나는 폐해로 진단한다. 책은 아이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어른들이 부린 과한 욕심의 피해자로 젊은 세대를 지목하고 있다. 부모의 잘못된 선택이 한 세대를 망쳐놨다는 것이다. 책의 원제목인 ‘미국인들의 유난히 지극정성스러운 돌봄(The Coddling of the American Mind)’은 이러한 불편한 진실을 더욱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책이 집중적으로 다루는 대상은 ‘i세대’다. ‘인터넷 세대’를 의미하는 i세대는 2007년 아이폰이 처음 출시된 이후 ‘인터넷을 호주머니에 넣고 자란 첫 세대’를 칭한다. 통상 ‘밀레니얼 세대’로 칭하는 20~30대 중에서도 1995년 이후에 출생한, 현재 대학에 재학 중인 세대가 i세대로 구분된다. 이들 i세대는 ‘안전’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책은 분석한다. 안전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사상과 표현이 막히고, 걸핏하면 스스로를 희생자로 보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설명이다. 안전에 대한 심한 강박을 갖는 이들은 자동차 사고부터 성(性)적인 공격,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책은 지적한다.


i세대가 이러한 특징을 갖게 된 배경에는 ‘유약함의 비진실’ ‘감정적 추론의 비진실’ ‘우리 대 그들의 비진실’이라는 3가지 잘못된 믿음이 깔려 있다고 책은 분석한다. ‘인간은 고난을 겪는 과정에서 더 강인해지고, 합리적인 이성으로 감정을 통제해야 하며, 인류는 하나’라는 보편적인 가치와 배치되는 잘못된 믿음, 즉 ‘대단한 비진실’이 이들 사이에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세대에게는 ‘죽지 않을 만큼 고된 일은 우리를 더 약해지게 하고, 늘 나 스스로의 느낌을 믿어야 하며, 삶은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 사이의 투쟁’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대단한 비진실’로 인해 대학 캠퍼스에는 정치적 양극화와 다른 정당에 대한 적개심, 심해지는 불안증과 우울증, 캠퍼스 관료주의의 확산과 ‘정의’에 대한 열정이 팽배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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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투데이/이미지투데이


사회학자이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 교수인 조너선 하이트와 변호사이자 교육운동가인 그레그 루키아노프는 i세대에서 안전주의가 확산한 근본적인 원인을 아동기 양육방식에서 찾았다. 여러 사회 변화 속에서 부모들의 양육방식이 자율적인 양육에서 보호적인 양육으로 변하면서 자연스레 ‘안전주의 문화’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어려서부터 부모의 지도와 감시를 받으며 높은 학업 성취와 입시 스펙을 강요받아온 아이들은 경험, 도전, 위험 감수 같은 행동을 멀리하게 되고, 결국 ‘대단한 비진실’에 사로잡히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땅콩 알레르기의 사례를 통해 부모의 과잉 보호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8세 미만 아동 중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들은 1990년대 중반만 해도 1,000명당 4명에 불과했지만 2008년 조사 당시에는 1,000명 당 14명으로 3배 이상 불어났다. 땅콩 알레르기의 급증은 90년대 부모와 교사들이 아이들을 땅콩에 노출시키지 않도록 보호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어려서부터 땅콩을 먹이지 않아야 알레르기를 피할 수 있다고 믿고 해 온 행동이 면역 체계를 악화시켜 오히려 알레르기를 유발한 것이다.

이처럼 책은 i세대에게서 나타나는 문제의 책임이 오늘날의 대학생들을 길러낸 부모와 교사에게 있다고 지목한다. 누구보다 아이들을 잘 키우겠다는 바람이 정작 아이들에게 세상과 부딪혀 살아갈 자유를 갖지 못하게 했다며 변화를 주문한다. 특히 저자들은 “대한민국은 부모들이 대학입시 걱정에 치여 아이들의 자유시간을 죄다 줄이는 대신 비싸고 힘에 부치는 학원 수업에 아이들을 보내는 행태가 세계 어디보다 심각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 책이 다루는 당사자인 i세대는 물론 학부모, 교육자들도 꼭 읽어보길 권한다. 2만4,000원.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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