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 ‘프로듀스101’의 모든 시리즈 투표조작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워너원(Wanna One)’ 멤버 중 한명이 부정한 방법으로 선발됐고, 안준영PD에게 향응을 제공했다는 연예기획사 4곳 중 3곳이 지목됐다.
안 PD에게 향응을 제공한 것으로 지목된 연예기획사는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울림엔터테인먼트, 어라운드어스다. 에잇디크리에이티브도 지목됐으나 “전 직원이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이 차린 회사 연습생 관련 조사를 받았다”며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이영림 부장검사)는 3일 프로그램을 담당했던 안PD와 김용범CP(총괄 프로듀서)를 업무방해와 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보조PD 이모 씨는 안PD 등과 같은 혐의, 기획사 임직원 5명은 배임증재·배임수재·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안PD 등은 ‘아이오아이(I.O.I)’를 선발한 시즌 1에서는 탈락자 투표 결과를 바꿨고, ‘워너원’을 선발한 시즌2에서는 최종 투표수를 조작했다. ‘아이즈원(IZ*ONE)’을 선발한 시즌3와 ‘엑스원(X1)’을 선발한 시즌3·4에서는 최종 데뷔조를 정해두고 계획 하에 득표수를 끼워 맞추는 방식으로 유료투표 결과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5일 국회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김용범CP는 시즌 2에서 A연습생의 득표수를 조작했다. A연습생은 최종 데뷔조인 상위 11명에 포함됐으나 조작을 거쳐 데뷔조 순위 밖으로 밀려났다. 대신 B연습생의 순위를 올려 조작된 결과를 방송에 내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안PD는 시즌1에서 1차 탈락자 결정 과정에서 투표 결과를 임의로 바꿔 61위 안에 있던 연습생 2명을 밀어내고, 61위 밖에 있던 다른 2명을 넣었다.
검찰 공소장에는 시즌3 최종 데뷔조의 사전 온라인 투표 중간 결과가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자, 방송 전에 데뷔할 연습생 12명을 미리 정해둔 것으로 적혀있다. 미리 뽑아둔 12명의 순위를 임의로 정한 후 연습생별 득표 비율을 정하고 합산된 투표 결과에 각각의 비율을 곱하는 방식으로 투표를 조작했다.
시즌4에서도 마찬가지로 최종 데뷔 조 11명의 순위를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오전부터 안PD에게 향응을 제공한 것으로 지목된 연예기획사들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렸다. 또 시즌2 당시 중간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으나 끝내 탈락했던 연습생이 피해자로 지목되기도 했다.
에잇디 측이 “관련없음”이라는 입장을 낸 가운데 울림은 “내부 확인중”이라며 즉답을 피했고, 스타쉽은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연출자가 연예기획사로부터 돈을 받고 유료투표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프로그램을 주목했고, 문자투표에 참여했던 팬들은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엠넷이 문자투표로 얻은 수익금만 시즌3 3천600만원, 시즌4 8천900만원에 달한다.
팬들은 물론 아이오아이, 워너원, 아이즈원, 엑스원 멤버들과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연습생들 모두 상당한 피해를 입게 됐다.
재결합을 선언했던 아이오아이의 활동은 불투명해졌고, 워너원은 조작된 1명이 밝혀져도 밝혀지지 않아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아이즈원의 활동은 사실상 멈췄고, 엑스원은 꽃 피우기 전에 해체 이야기가 나온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조작 가담자를 제외한) 다른 관계자들은 조작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강조했으나 엠넷에 책임이 무겁다는 분위기다. 엠넷 측은 수사와 재판 절차가 끝나면 피해자들에게 보상하겠다고 밝혔으나 보상 범위와 방법을 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