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연말 시한’을 앞두고 북한이 8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진행했다고 밝히면서 비핵화 논의가 난관에 봉착한 모양새다.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이뤄진 30분간의 전화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한반도 상황이 ‘엄중’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으나 북한의 중단 없는 도발에 청와대는 적지 않게 당황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날 북한의 ‘중대한 시험’ 발표에 공식 논평도, 브리핑도 하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청와대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으나 이날 NSC 회의는 소집되지 않았다.
북한이 언급한 ‘중대한 시험’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관련됐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연말까지 비핵화 논의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미국 백악관은 7일(현지시간) 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전화 통화와 관련해 북한 등 한반도 현안을 논의했으며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드 디어 백악관 부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한반도 현안들과 북한과 관련된 전개 상황들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앞서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도 7일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오늘 오전11시부터 30분 동안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켜 나가기 위한 방안을 심도 있게 협의했다”고 전하면서 “양 정상은 최근 한반도 상황이 엄중하다는 데 인식을 공유하고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조기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대화 모멘텀이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여기서 언급된 ‘엄중한 한반도 상황’이 북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포착된 징후를 일컫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이 동창리 실험을 감행한 당일 통화가 이뤄졌을 뿐 아니라 미국이 지난달 말부터 한반도 상공에 정찰기를 띄워 북한을 감시하는 등 동창리 일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온 만큼 한미 정부가 북한의 수상한 징후를 미리 알고 있었을 터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중재역’이 다시 대두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번 한미 정상 간 통화가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이뤄진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북미 관계를 언급하며 “(김정은과의) 관계는 매우 좋지만 여러분도 알다시피 약간의 적대감이 있다”며 “한국과 그(김정은)의 관계가 매우 좋은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비핵화 논의의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도 북미 대화 재개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지금으로서는 북미대화를 위한 실무협상이 조속히 재개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향한 실질적인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