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금융정책

키코 배상비율 30% 전망...모두 승복할까

■ 12일 키코 분조위...관전 포인트는

외국계 씨티, 배상에 본사승인 필요

결정에 불복해도 강제방법 없어

분쟁조정 미신청 기업 150곳

"분조위 이후가 본게임" 지적도




금융감독원이 오는 12일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기로 하면서 윤석헌 원장 취임 후 1년 7개월간 들여다본 키코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고 있다. 분조위를 계기로 과거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까지 국내 법정에 서서 법리 다툼을 한 사연이 재조명받고 있다. 배상비율이 얼마로 나올지, 피해기업과 은행 모두가 받아들일지와 소송이나 분쟁조정을 신청하지 않은 약 150개 피해기업의 추가 배상 요청이 이어질지도 관심이다.


◇세계 석학 경제학 강연장 됐던 키코 법정=우선 법정에서의 진풍경이 10여년 만에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09년 12월 피해기업은 노벨상 수상자 로버트 엥글 뉴욕대 경영대학원 교수를 증인으로 세웠다. 엥글 교수는 “키코 계약은 은행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것”이라며 “17개 피해기업의 계약을 분석한 결과 기업이 입을 수 있는 최대 손실금액은 은행보다 평균 100배 정도 높다”고 말했다. 은행도 반격에 나섰다. 이듬해 1월 재판에서 우리·외환은행은 스티븐 로스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를 내세웠다. 로스 교수는 “환율이 하향 안정 추세였던 계약 당시 상황에서 기업에 유리한 조건과 불리한 조건을 대등하게 맞춘 상품”이라며 “은행이 얻은 마진도 계약금의 0.3~0.8%로 관행상 적절한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사건은 결국 2013년 8월 대법원이 불완전판매 책임에 대해서만 일부 인정하며 마무리됐다. 당시 대법원은 “키코는 사기상품이 아니다”라는 은행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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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비율 30% 전망…모두 만족할까=이번 분쟁조정은 일성하이스코·재영솔루텍·원글로벌미디어·남화통상 등 4개 피해기업이 신한·우리·KEB하나·KDB산업·씨티·대구은행 등 6개 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것이다. 금융계에서는 배상비율이 30% 내외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당사자들이 이를 따를지다. 물론 분조위 날짜가 정해졌다는 것은 양측이 어느 정도 이견을 좁혔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은행은 손해배상 청구권의 민법상 소멸시한인 10년(2008년 발생)이 지난 사안을 이제 와 배상을 해야 하는 것에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법적 근거 없이 배상을 하는 것이 주주 이익을 해치는 배임에 해당할 수도 있어 부담이다. 특히 외국계인 씨티는 배상을 하려면 본사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난항이 예상된다. 키코 공동대책위원회 역시 기본적으로 키코를 사기 상품으로 보고 법적 허용 한도에서 최대한의 보상을 받기를 원하고 있어 결과에 만족하지 않을 수 있다. 양측 모두 분조위 결과를 수용하지 않더라도 이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

◇본게임은 분조위 이후…대기 중인 150개 피해기업 잇단 신청 가능성=분조위에서 문제가 끝나는 게 아니라 이후가 ‘본게임’이라는 분석도 많다. 재판에 참여하지 않고 이번 분쟁조정도 신청하지 않은 피해기업은 약 150여개로 파악된다. 4개 기업이 은행으로부터 배상을 받는 것을 지켜본 이들 기업도 은행에 비슷한 수준의 배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분조위 이후 100곳이 넘는 기업들과 은행의 배상비율 개별협상, 협상에 만족하지 못한 피해기업의 추가 분쟁조정 신청 등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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