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금융가

역대 최대규모 적자 예고된 자동차보험

[악화일로 보험산업]

<2>당국통제에 '적자의 늪' 자동차보험

최저임금發 휴업손해 부담에

과잉진료로 대인 비용도 늘어

보험료 올렸지만 당국 '눈치'

중장기 건전성 악화우려 커져

"요율 결정권 보장해야" 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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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자동차보험 영업수지 적자 규모가 사상 최대치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보험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빅4’ 손해보험사들의 자보 손해율이 지난달 100%까지 치솟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적자 규모는 역대 최고치인 지난 2010년(1조5,469억원) 수준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두 차례나 보험료를 인상했지만 금융당국 눈치를 보느라 적정 수준의 인상률을 반영하지 못한 탓이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자동차보험 누적 영업적자 규모는 1조362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12% 증가했다. 7월부터 매월 적자 규모가 전년의 두 배 이상 늘고 있어서 올해 연간 적자 규모는 9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달에는 삼성화재(100.8%), DB손보(100.8%), 현대해상(100.5%) 등 대형 손보사들의 손해율이 일제히 100%를 넘어섰다. KB손보 역시 99.6%로 뛰었다. 통상 보험 운영에 필요한 사업비를 제외한 적정 손해율은 78~80%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지난달만 놓고 보면 ‘빅4’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에서만 20% 이상의 손실을 봤다는 얘기가 된다. 눈·추위 등 계절적 영향으로 통상 11월보다 12월 손해율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달에는 중소형사들까지 손해율 100%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만 해도 두 차례 보험료를 인상한 손보사들은 적자 폭이 커지더라도 총선 전까지 허리띠를 졸라매며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었다.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던데다 물가 상승에 민감한 정부가 보험료 인상을 또 한 차례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였던 탓이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적자 폭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휴업손해, 간병비 등 산정 기준이 높아진데다 과잉진료와 한방치료 비중 급증으로 대인 손실이 커졌고 여기에 매년 3% 안팎의 부품가격 상승과 공임비 증가로 대물 손실 폭도 커졌다. 이로 인해 1위 삼성화재는 5월 88.5%였던 손해율이 하반기 들어 90%대로 올라섰고 DB·현대·KB도 7월 이후 줄곧 90%대 손해율을 찍었다. 보험사들은 지난달 말부터 보험개발원에 보험료율 검증을 의뢰하는 등 요금 인상을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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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두 차례 보험료 인상 후 정비 수가 인상이 이뤄진데다 4월 이후 추나요법이 건강보험 급여항목에 포함되면서 한방치료비가 급증한 만큼 원가 상승 요인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에 보험료를 인상하더라도 적정 수준의 인상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자동차보험료가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되는 탓에 금융당국은 암묵적으로 인상 폭을 통제해왔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최소 10% 수준의 보험료 인상이 이뤄져야 적자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업계 컨센서스지만 정작 요율 검증을 의뢰한 인상안을 보면 4~6% 수준에 그친다”며 “어차피 원하는 수준의 인상은 당국이 허용할 리 없다는 사전학습의 결과”라고 꼬집었다.

문제는 보험금 원가 상승 요인이 자동차보험료에 적시에 반영되지 못할 경우 손보사 경영에 악영향을 미치고 건전성마저 해칠 수 있다는 점이다. 그간 손보사들은 장기보험과 일반보험의 수익으로 자동차보험의 만성 적자를 만회했지만 최근에는 실손보험 손해율이 치솟으면서 장기보험 수익성도 크게 악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역할은 민간 보험사의 가격결정권을 쥐고 흔드는 것이 아니라 경상환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 기준 강화 등을 통해 보험금 누수를 막고 보건당국과 협의해 과잉진료 손해율을 안정시키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보험사들이 원가 상승분을 반영해 자율적으로 보험료를 인상할 수 있도록 요율 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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