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0일(현지시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만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결의한 대북제재 이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미 워싱턴에서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회담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북제재와 관련해 “이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지 그 자체로 미국의 제재가 아니다”라며 “이 제재들은 러시아가 스스로 투표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의해 모두 추동된다”고 밝혔다.
미국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면 러시아 등 국제사회와 함께 대북제재의 고삐를 더욱 조일 것이라는 점을 부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운 길’로 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폼페이오 장관은 해외 근로 북한 노동자의 송환 시한이 오는 22일이라고 상기한 뒤 “러시아에 많은 북한 노동자가 있다. 우리는 그들(러시아)이 그것을 완료하고 완전히 준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김정은 정권의 자금줄을 위협했다.
다만 미러 간 중거리핵전력조약(INF) 체제가 무너지면서 러시아가 미국과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만큼 대북제재 강화에 동조할지는 미지수다. 실제 폼페이오 장관과 라브로프 장관은 북한 비핵화 방식과 관련해 분명한 시각 차를 드러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이) 개인적으로 비핵화를 약속했고 장거리 미사일 시험과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며 “이 모든 것은 북한이 계속 준수할 것이라고 우리가 매우 기대하는 약속들”이라고 북한에 재차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대해 라브로프 장관은 “우리는 대화가 상호적 조치라는 생각을 따를 때만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낙관한다”며 “북한에 모든 것을 지금 당장 하라면서 그 후에야 안전 보장과 제재 해제, 그리고 나머지 문제로 갈 수 있다고 요구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의 선(先) 상응 조치를 주장하는 북한의 입장을 지지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ICBM 도발을 위한 미국의 책임론이라는 명분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김 위원장이 ICBM 발사를 강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 사람들은 자기네들 행동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가 지지하고 안 하고에 관심이 없다”며 “북미 간 결사항전 문제이기 때문에 북한이 ICBM을 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게 아니다”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