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 1심에서 검찰의 공소장 변경을 허가하지 않은 재판장에 대해 각계의 비판이 쏟아지자 법원이 “재판 독립 훼손이 우려된다”며 반박에 나섰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공보판사는 13일 기자단에 “(정 교수의 1심을 심리하는) 재판부는 공소장 변경의 요건인 ‘공소사실의 동일성’에 관해 법리적인 검토를 거쳐 결정을 내렸을 뿐”이라며 “일부 언론 등에 게재된 바와 같이 재판장이 해당 사건의 결론을 미리 정해놓았다거나 이념적으로 편향됐다는 비판은 판사 개인에 대한 부당한 공격이자 재판의 독립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는 정 교수의 세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 측이 낸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범과 범행일시·장소·방법·동기 등이 모두 중대하게 바뀐 이상 동일성을 인정하기 어려워 공소장 변경을 허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종전 공소장과 변경된 공소장에 적힌 죄명은 같지만 동양대 표창장 위조 공범은 성명불상자에서 정 교수 딸 조모씨로 바뀌었다. 범행일시도 지난 2012년 9월7일께에서 2013년 6월로 변경됐고 장소 역시 동양대에서 피고인 주거지로 바뀌었다.
범행 방법은 컴퓨터 파일로 상장을 출력해 직인을 임의로 날인했다고 기재했다가 변경 후에는 딸 상장을 스캔한 뒤 이미지 프로그램을 사용해 워드 문서에 삽입하고 직인 부분만 오리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썼다. 범행 동기는 ‘국내외 유명 대학원에 진학하는 데 쓰기 위해서’였다가 ‘서울대 의전원 서류 제출과 관련해서’로 특정됐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검찰이 수사기록 열람·등사 허가를 이번 주까지 넘길 경우 보석(보증금 등을 내건 석방)을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검찰이 공소장 변경 불허 방침에 크게 반발하자 재판부 역시 언성을 높이며 “퇴정을 요청하겠다”고 다그치기도 했다.
이날 재판부가 공소장 변경 신청을 받아주지 않자 당장 법조계에서는 ‘흔치 않은 사례’라며 뒷말이 오갔다. 송 부장판사가 재판 절차에서 법리를 검토했다며 강조한 기존 대법원 판례부터 실제론 추상적 기준을 제시하는 차원에 그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일각에선 송 부장판사가 본격 공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정 교수에 대한 무죄 심증을 내비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아울러 그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것 같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 11일 전직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인 이충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공개 비판은 그 정점이었다. 이 교수는 “(바꾼 공소장에서) 공모자와 위조 목적을 전보다 구체적으로 특정한 것은 오히려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유리하다”며 “송 부장판사는 정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려고 작심하고 공소장 변경을 허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사건 재배당 전) 다른 재판장이 정 교수의 편을 들어주지 않자 정 교수의 편을 들어줄 것으로 예상되는 송 부장판사에게 인위적으로 사건이 재배당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일부 언론은 송 부장판사가 과거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옥중 서신’을 작성·유포한 혐의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이력과 최근 진행 중인 문재인 정부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재판을 예로 들며 그가 정치 편향적이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종배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 대표는 이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송 부장판사를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