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지역 인재의 이탈을 막고 저소득층 등의 교육기회 마련을 위해 지역균형 전형을 확대하고 있지만 정작 가장 관심이 많은 ‘지방 의대의 지역인재 30% 선발’ 규정은 여전히 외면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고안에 그쳐 일부 지방대는 ‘30% 선발’ 규정을 지키고 있지 않은데다 규정을 지키는 대학조차도 일반전형과 같은 수능최저등급을 적용한 뒤 정원에 미달하면 정시에서 뽑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조승래·윤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지방 의대 지역인재 선발 30% 의무화 관련 법안들은 국회 상임위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등 관심권에서 멀어지며 연내 입법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총선 정국에 돌입할 내년 초 이후의 상황도 비슷해 2021학년도까지 관련 제도를 의무화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도 물거품이 될 처지다. 지역인재 선발을 학교별 전형으로 판단할 때 2021학년도에 적용되려면 내년 4월까지는 선발인원이 결정돼야 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8년 말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이 한차례 개정됐지만 ‘지역 인재가 일정 비율 이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문항만 포함됐다. 당시 교육부 권고로 충청·영·호남 의대는 30%, 강원·제주 의대는 15%를 선발한다는 권고안이 나왔지만 일부 대학은 여전히 지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의대 지역인재 전형을 도입한 24개 대학 중 순천향대(29%), 고신대(26.3%), 연세대 원주 캠퍼스(14.9%), 동국대 경주캠퍼스(10.2%), 울산대(10.0%) 등 5개 학교는 2020학년도 모집에서 권고 비율 이하를 선발한다.
더구나 2020학년도 입시에서 일반전형과 지역인재 전형에 동일한 수능최저등급을 적용하는 대학이 지난해 13곳에서 15곳으로 되레 늘면서 제도 부실에 한몫하고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전국 모집 일반 전형과 지역 전형의 수능 최저등급이 같다면 지역인재 전형을 지원할 이유가 없다”며 “2/3 가까운 대학에서 수시이월을 만들어 정시로 선발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이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수시선발의 절반 이상을 교과전형에 할애한 점도 통상 의대입시에 우수 내신등급이 몰리고 있어 사실상 수능 최저등급으로 선발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실제 부산 동아대 의대의 경우 지역인재 선발비중이 81.6%(2020학년도 기준)로 가장 높지만, 2019학년도 지역인재전형에서 학교생활기록부 교과전형으로만 20명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정시모집으로 넘어간 수시 이월인원이 70%인 14명에 달했다. 6명을 교과전형으로 선발한 충북대의 경우 이월인원이 83%인 5명이었다. 또 현재 교육부가 권고한 지역인재 선발비율도 지역인재전형의 합격자 비율이 아닌 지역 고교 졸업인원이 기준이다. 해당 지역 고교만 졸업하면 일반 전형으로 입학하더라도 지역인재전형에 포함돼 당초 제도 도입의 취지와 어긋나는 셈이다.
최근 교육부는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을 내놓으면서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농어촌학생·장애인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모집정원의 10% 이상 의무적으로 선발해야 하는 ‘사회통합전형(가칭)’을 법제화하기로 하고 재정지원과 연계하기로 했다. 또 수도권 대학에는 고교추천 전형 등의 ‘지역균형 선발’ 전형을 10% 이상 두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발표 당시 함께 의무화하기로 한 의대 지역 인재 전형에 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내놓지 않았다. 관련 법안을 발의한 윤일규 의원은 “지역 인재 입학 규정이 임의규정이거나 권고 수준에 그쳐 지역 인재의 육성 및 지원이라는 현행법의 입법 취지를 달성하기 어렵다”며 “30% 선발 의무화 등으로 지역 인재 정책을 현실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