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2019 홈쇼핑 결산] 올해도 '패션명가' 쟁탈전 후끈...단독 브랜드 인기도 고공행진

녹즙기, 돌침대, 댕기머리 삼푸 등. 홈쇼핑 채널의 성장기였던 2000년대 초반, TV를 켜면 흔히 볼 수 있었던 인기 제품들이다. 당시 홈쇼핑은 주부들의 ‘장보기용’ 채널과 다름없었다.

20여 년이 흐른 지금, 홈쇼핑이 ‘패션 전문채널’로 진화했다. 홈쇼핑의 주요 고객층인 중장년층 주부들이 ‘가족을 위한 소비’에 집중했지만, 이제는 ‘나를 위한 소비’로 시선을 옮기면서 멋을 내는 패션 제품에 지갑을 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홈쇼핑업계는 다른 방송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유명 패션 디자이너와 손을 잡으며 ‘패션 명가’의 자존심 대결을 펼치고 있다.


특히 올 한 해는 100만원 이상의 고가 패션 제품이 인기를 끌며 소비 양극화의 단면을 여실히 드러냈다. 또 집에서 스스로 관리하는 ‘홈 뷰티족’의 증가로 탈모용 샴푸 등 기능성 제품도 날개 돋친 듯 팔렸다.

CJ오쇼핑 단독 패션 브랜드 ‘엣지’의 ‘판초 니트 풀오버’/사진제공=CJ ENM 오쇼핑 부문CJ오쇼핑 단독 패션 브랜드 ‘엣지’의 ‘판초 니트 풀오버’/사진제공=CJ ENM 오쇼핑 부문



◇단독 브랜드로 ‘충성파’ 선점= 16일 홈쇼핑업계에 따르면 올 1월 1일부터 12월 12일까지 TV 방송 인기 상품(판매수량 기준)을 분석한 결과, 상위 10개 브랜드 중 패션 브랜드가 대다수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CJ ENM오쇼핑 부문의 경우, 상위 10개 브랜드 중 9개가 모두 패션 브랜드였다. GS홈쇼핑과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에서도 패션 브랜드의 비중은 70%에 달했다.

특히 단독 브랜드로 차별화 요소를 갖추기 위한 홈쇼핑업체의 노력이 결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CJ오쇼핑·GS홈쇼핑·현대홈쇼핑·롯데홈쇼핑 등 국내 주요 홈쇼핑 채널에서 올 한 해 판매량 1위에 등극한 브랜드는 각 업체에서 야심차게 선보인 단독 패션 브랜드였다. CJ ENM오쇼핑 부문의 단독 패션 브랜드 ‘엣지(A+G)’는 총 165만개의 주문량을 기록하며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011년 론칭한 엣지의 누적 매출은 1,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GS홈쇼핑 단독 패션 브랜드 ‘SJ와니’의 이태리 캐시미어100 코트/사진제공=GS홈쇼핑GS홈쇼핑 단독 패션 브랜드 ‘SJ와니’의 이태리 캐시미어100 코트/사진제공=GS홈쇼핑


GS홈쇼핑이 손정완 디자이너와 협력해 선보인 패션 브랜드 ‘SG와니’와 현대홈쇼핑이 정구호 디자이너와 함께 만든 ‘J BY’도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전체 1위에 올랐다. 롯데홈쇼핑의 1위 히트상품도 단독 패션 브랜드가 차지했다. 올 2월 론칭한 독일 패션 브랜드 ‘라우렐’은 고급스러우면서도 실용적인 스타일이 인기를 끌며 한 달만에 주문금액 100억원을 돌파했다.

현대홈쇼핑 단독 패션 브랜드 ‘J BY’/사진제공=현대홈쇼핑현대홈쇼핑 단독 패션 브랜드 ‘J BY’/사진제공=현대홈쇼핑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고급 패션 상품의 대표 채널인 백화점이 주름잡던 시절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홈쇼핑이나 아울렛처럼 패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이 등장했다”면서 “홈쇼핑에서도 프리미엄 제품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자리 잡으면서 패션 브랜드가 홈쇼핑에서 강세를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100만원대 코트도 척척= 소비의 양극화 현상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중저가 상품 위주로 운영되던 홈쇼핑 채널에서 100만원 이상 고가 제품의 판매가 늘어난 것. 현대홈쇼핑의 경우 100만원 이상 고가 상품의 매출이 지난해보다 30% 넘게 증가했다. 대표적으로 올 하반기에 론칭한 몽골 최대 캐시미어 전문 브랜드 ‘고비’의 캐시미어 100% ‘리버시블 맥시 롱 후드 코트’는 139만원이라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첫 방송에서 30분 만에 약 6억원의 주문 금액을 기록했다. 지난 11월 방송에서는 40분 만에 지난 방송보다 두 배 늘어난 12억원의 주문액을 달성했다. 이로써 단 두 번의 방송 만에 약 1,400여 벌의 코트를 판매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관련기사



롯데홈쇼핑 단독 패션 브랜드 ‘라우렐’/사진제공=롯데홈쇼핑롯데홈쇼핑 단독 패션 브랜드 ‘라우렐’/사진제공=롯데홈쇼핑


롯데홈쇼핑에서도 10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 제품 주문 건수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었다. 평균 판매 단가도 지난해 17만원에서 21% 오른 21만원을 기록했다. 홈쇼핑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에서 사용하는 최상급의 소재를 사용하되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우면서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가 인기를 끌었다”면서 “특히 소비 양극화 현상과 맞물리면서 가성비가 높은 제품 아니면 초고가 제품에만 지갑을 여는 소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다”고 말했다.

◇‘살롱’으로 변신한 집= 패션 브랜드의 편중이 심화됐지만, 몇몇 뷰티 브랜드도 상위 10개 브랜드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집에서도 간단하게 관리하는 ‘홈뷰티족’이 증가하면서다. 화장품 브랜드 중에서는 홈쇼핑을 통해 유명세를 탄 ‘에이지투웨니스’와 ‘AHC’가 선전했다. 특히 GS홈쇼핑에서 처음으로 판매된 에이지투웨니스의 ‘에센스 커버팩트’는 GS홈쇼핑에서 판매량 3위를 기록했다. 에이지투웨니스는 지난 2013년 론칭한 후 현재까지 2,800억원 이상 판매됐다. 올해는 한정판으로 선보인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 에디션’이 약 한 달 만에 조기 소진되며 꾸준한 인기를 증명했다.

탈모 방지 샴푸로 유명한 ‘티에스 샴푸’는 GS홈쇼핑에서 4년 연속 히트상품 10위에 포함됐다. 현대홈쇼핑에서도 탈모 관리 샴푸인 ‘헤드스파7 트리트먼트’가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지난해보다 3단계 오른 6위를 차지했다. NS홈쇼핑에서는 쿠션, 립스틱 등 4가지 뷰티 브랜드가 톱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허세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