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미 도발을 예고한 크리스마스가 임박하면서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자신이 정한 연말 시한에도 미국의 태도 변화가 없자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북미 비핵화 협상의 판을 뒤흔들 크리스마스 선물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김 위원장은 북미 비핵화 협상의 레드라인(금지선)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과 관련이 있는 평북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진행하며 도발 수위를 높였다. 전날에는 전격적으로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3차 확대회의를 주재하며 ‘자위적 국방력 강화’를 강조하며 미국과의 군사적 대립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크리스마스 선물 준비에 총력전을 폈다.
북한의 고강도 도발을 예고하는 불길한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도 분주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와 군사옵션이라는 두 가지 수단을 통해 김 위원장의 새로운 길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을 지난주 한중일에 파견한 데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및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전화통화를 통해 북한의 도발에 대한 국제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고강도 군사 도발 시 군사옵션을 사용할 수 있다는 강력한 대북 경고메시지도 끊임 없이 발산하고 있다. 이는 미 조야를 중심으로 북한이 이미 새로운 길에 대한 노선을 정했다는 비핵화 회의론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NBC 등 미 언론들은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센터’의 제프리 루이스 소장의 보고서를 인용, 북한이 최근 장거리 미사일 생산과 연관된 공장을 확장했다는 위성사진 결과 등을 일제히 보도했다. 증축된 공장 건물은 김 위원장이 2017년 11월 ICBM급인 화성-15 이동 발사차량을 시찰한 시설과 관련이 있는 곳이다. 미국 언론들은 이러한 징후들을 근거로 북한이 크리스마스 도발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백악관은 미일 정상 간 통화와 관련 ‘북한의 위협적 성명’이라는 표현을 이례적으로 적시하며 높은 경계심을 나타냈다. 북미 간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 국방부는 한미 특수부대원들이 가상의 북한군 기지를 기습해 요인을 생포하는 훈련을 진행해 관심을 끌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에 대해 군사옵션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점을 볼 때 이번 훈련은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군사작전을 감행할 수 있다는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 성격을 띈 것으로 해석된다. 미 국방부는 이달 16일 훈련 사진 등 12장을 공개하며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정기 훈련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례적으로 특수부대 훈련을 공개한 사진을 보면 주한미군 병사들이 군산 공군기지 건물에서 요인을 생포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앞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도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외교적 해법이 최상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오늘 밤에라도 싸워서 승리할 준비를 하며 높은 대비태세 상태”라며 강경 발언을 한 바 있다.
미군의 첨단 정찰 자산도 연일 한반도 상공에서 작전을 수행하며 북한에 대한 감시를 강화했다. 이날 민간항공추적 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폿’에 따르면 미국 공군 정찰기 리벳 조인트(RC-135W)가 이날 한반도 상공 3만1천피트(9천448.8m)를 비행했다. 에어크래프트 스폿은 일반적으로 주말에 정찰하지 않는다며 ‘특이한 시기’에 정찰이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변수는 중국의 존재다. 이날부터 시작되는 한·중·일 정상회의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만큼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하는 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중국의 경제지원은 북한의 자력갱생 구상에 필수적인 요소인 만큼 김 위원장은 중국의 안방에서 열리는 외교행사 시기를 피해 도발을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