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통과된 공수처법은 우리 수사기관 체계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당초 비대해진 검찰 권력 견제를 명분으로 내걸고 추진됐지만 정치집단의 야합과 흥정을 거치며 헌법 정신에도 맞지 않는 괴물 공수처로 전락하고 말았다. 공수처장이 헌법기관인 검찰의 상전 노릇을 하며 고위공직자에 대한 사정권을 휘두르는데다 공수처장도 대통령 입맛대로 임명할 수 있게 됐다. 공수처장 추천위원은 법무부 장관과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여당 추천 2명, 야당 추천 2명으로 돼 있어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친정부 인사를 임명할 수가 있다. 공수처가 검찰개혁이라는 허울 아래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하는 ‘공룡 사정기관’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4+1협의체는 공수처법 수정안에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즉시 공수처에 통보하고 공수처가 수사 개시 여부를 회신해야 한다’는 초헌법적 독소조항을 추가했다. 자칫 공수처가 검찰이 수사하는 사건을 넘겨받아 덮어버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 등 권력형 비리 규명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하게 되는 공수처는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자면 내년 출범하는 21대 국회에서 독소조항들을 손봐야 한다. 공수처장은 반드시 국회 임명동의 절차를 거치도록 관련 법 개정작업이 필요하다. 검사·수사진들이 특정세력에 편향되지 않도록 하는 등 운영의 묘도 살려야 한다. 이런 중립적인 장치가 담보되지 않으면 공수처가 권력의 방패막이로 전락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게 되면 권력형 사건들을 덮어버렸던 과거의 검찰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