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가 4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해결할 수 없는 매우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며 미중 간 무역전쟁이 장기전으로 가거나 최악의 경우 최종 합의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전미경제학회(AEA) 2020 연례총회에 참석 중인 서머스 교수는 서울경제신문과 단독으로 만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보다는)1단계 합의를 한 것이 더 나은 상황”이라면서도 “하지만 누구도 이것을 미중 간 문제 해결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번의 서명식으로 경제가 좋아진다고 생각한다면 스스로 자신을 속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는 두 나라의 정치·경제 등 체제가 다른데다 미중 갈등이 사실상 패권다툼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이미 선진국인 미국과 달리 기업 경쟁력을 더 키워야 하는 중국은 보조금 같은 부분에서 쉽게 물러설 수 없다. 서머스 교수는 “앞으로 두 나라가 어떤 대결을 펼칠지 예상조차 힘들다”며 “상당한 불확실성이 계속 남아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중순 1단계 서명을 하고 바로 돌입하겠다고 한 2단계 협상도 난항이 예상된다는 게 서머스 교수의 판단이다. 그는 “(대통령 선거 전후인) 1년간 완전히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사안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다만, 중국의 부채 위기에 대해서는 “생각만큼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진단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중국의 문제를 무역마찰이 아니라 부채로 꼽았다. 서머스 교수는 “중국 정부가 (지방 정부와 공공기관의) 부채를 다 책임질 것이기 때문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과도한 부채가 중국의 성장률을 갉아먹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지난 3일 ‘미국 경제: 성장, 침체 또는 새로운 금융위기’ 세션 후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올해 미국 경제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50% 아래로 점쳤다. 앞서 20~25% 수준으로 전망한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보다는 높지만 여전히 침체에 빠질 확률이 낮다는 뜻이다.
그는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을 조언해달라는 질문에 “한국에는 ‘강남스타일’이 있지 않느냐”며 문화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 “중국은 중국의 세기가 오고 있다는 좋은 이야기(내러티브)를 통해 영감을 주고 있다”며 “한국은 삼성의 이야기가 좋다”고 했다. 새해부터 미국 50개 주 가운데 21개 주에서 시행되는 최저임금(시간당 15달러)에 대해서는 “임금인상은 긍정적이지만 결국은 정도의 문제”라며 “약간 높은 것 같다”고 우려했다./샌디에이고=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