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5개의 신약을 허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희귀질환 및 항암제 틈새 치료제에 대해 신속한 허가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1·4분기에는 그동안 특별한 치료법을 찾지 못했던 질환인 알레르기, 희귀암 등에 대한 치료제가 FDA관문을 통과할 것으로 전망돼 해당 질환으로 고통 받아온 환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에이뮨의 땅콩 알레르기 치료제 ‘팔포지아’와 에피자임의 희귀암 치료제 ‘타제메토스타트’가 이르면 이달중 FDA 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팔포지아의 임상 3상 결과를 보면 치료군 중 67%가 치료 후 알레르기 증상 없이 땅콩 2개에 해당하는 땅콩 단백질 600mg을 섭취할 수 있었다. 대표적인 음식 알레르기 중 하나인 땅콩 알레르기는 두드러기, 가려움 등을 동반하며 심할 경우 알레르기가 점점 가속화되는 아나필락시스를 유발하기도 한다. 이 경우 점막이 붓고 혈압이 떨어져 호흡이 곤란해지고 심할 경우 사망한다. 하지만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알레르기 환자는 땅콩 노출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전문가들은 팔포지아가 출시될 경우 2023년 117억달러(약 13조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희귀암의 일종인 상피모양 육종을 치료하는 타제메토스타트는 임상시험에서 객관적 반응률 11~15%를 이끌어냈다. 그동안 육종 관련 치료제의 반응률이 매우 낮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결과다. 상피모양 육종은 그동안 진단하기도 어려워 병이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진행된 뒤에야 발견되는 경우가 잦았다. 타제메토스타트의 품목허가는 오는 23일 결정된다.
호라이즌 테라퓨틱스의 ‘테프로투무맙’ 역시 오는 3월 8일 품목허가가 결정된다. 이 약은 희귀 자가면역질환인 활동성 갑상선 안병증을 치료하는데 이 병에 걸린 환자들은 눈이 붓거나 불룩 튀어나오는 등의 이상이 생기며 이중시력 등의 불편을 호소한다. 아직까지 특별한 치료법이 없어 환자들은 스테로이드를 복용하거나 수술을 해왔는데 테트로투무맙의 임상시험에서 테트로투무맙을 복용한 환자 중 83%가 안구 돌출이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신약이 그동안 치료제가 없었던 질환들을 치료할 수 있는 만큼 환자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국내 출시까지는 1~2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개발사의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FDA 허가 직후에는 주로 미국과 유럽시장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 약가가 해외에 비해 낮은 점도 FDA 허가 신약의 국내 조기 출시의 걸림돌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희귀질환 의약품은 투약할 수 있는 환자가 적은 만큼 높은 약가로 개발 비용을 보상하는 편”이라며 “인종 간 약효의 차이를 확인하는 임상시험도 필요한 만큼 국내 출시까지는 1~2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