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 미국 소송과 관련해 삼성의 100억원대 비용 대납 혐의를 받는 이명박(79) 전 대통령의 항소심에서 검찰이 징역 총 23년과 벌금 총 320억원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는 1심에서 검찰이 요청한 징역 20년과 벌금 150억원보다 더 무거운 형량이다.
검찰은 8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23년을 구형했다. 세부적으로는 국고 손실 등 혐의에 대해 징역 6년과 벌금 70억원, 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해선 징역 17년과 벌금 250억원을 구형했다. 또 총 163억여 원을 추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소장에 기재된 모든 혐의를 유죄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검찰은 “비자금 횡령 액수의 경우 1심에서 인정하지 않은 비자금도 이 전 대통령이 만든 게 분명하다”며 “1심에서 무죄로 선고한 2008년 4월 이전 뇌물수수 범행에 대해서도 유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항소심에서 삼성 뇌물 51억원을 추가하는 취지로 공소장을 변경했는데 이는 국제사법공조를 통해 확보한 에이킨검프(다스의 미국 소송 대리 로펌)의 송장 등으로 확인이 된다”며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자신의 사익을 위해 남용해 헌법 가치를 훼손했으므로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전 대통령은 삼성그룹과 서로의 현안을 해결해줌으로써 정경유착의 전형을 보였고 전체 국민의 대표가 되기를 스스로 포기했다”며 “다스가 누구의 소유인지를 묻는 국민을 철저히 기망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를 실소유하면서 349억원가량을 횡령하고 삼성전자(005930)가 대신 내준 다스의 미국 소송비 대납 분을 포함해 총 110억원의 뇌물을 챙긴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이 가운데 다스가 대납한 미국 소송비 중 61억여 원,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과 김소남 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전신) 의원에게 받은 23억여 원,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받은 10만 달러 등 85억여 원의 뇌물 혐의를 인정하고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원, 추징금 82억여 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심 과정에서 지난 5월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이 전 대통령의 추가 뇌물 수수 혐의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넘겨받은 뒤 이를 공소장에 추가했다. 삼성이 2008년 미국 법인계좌에서 다스의 미국 소송을 대리한 로펌 에이킨 검프에 430만 달러(약 51억6,000만원)를 송금했다는 혐의다. 법원이 공소장 변경을 허가하면서 이 전 대통령의 삼성 뇌물 혐의 액수는 기존 67억7,000만원에서 119억여 원으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