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철군이냐 개입이냐...고심하는 유럽

[美-이란 전면전 위기]

프랑스·이탈리아, 美 지원 피력

독일·나토는 일부병력 일시 철수

핵합의 탈퇴엔 공동대응 목소리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 /연합뉴스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 /연합뉴스



이라크 미군기지에 대한 이란의 미사일 발사로 중동에 전운이 고조되면서 이라크에 병력을 배치한 유럽 국가들이 철군할지 아니면 미국을 지원할지를 두고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들 국가는 확전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자국민의 안전과 중동 파견병력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적극 개입하겠다는 데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군 소식통을 인용해 영국군 군함과 헬리콥터, 군인 등 전투병력이 이라크 인근에서 대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걸프만 근처에는 영국 구축함 디펜더와 소형 구축함 몬트로즈 등 2척이 주둔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 격화를 대비해 48시간 이내에 이라크 안팎에 병력을 증강하기 위한 것으로 현재 이라크에는 400여명의 영국군이 주둔해 있다. 다만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영국군이 이라크에 주둔하는 것이 최선의 이익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면서도 “이라크가 떠나기를 원한다면 이를 존중하겠다”며 이라크 철수 가능성을 열어뒀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도 미군 지원의 뜻을 피력했다. 플로랑스 파를리 프랑스 국방장관은 이날 트위터에서 “이라크 파견병력 160명에 대한 보호 태세를 강화했다”면서 “다에시(IS의 이슬람식 약자) 격퇴라는 우리의 우선순위는 어제도 내일도 같을 것”이라고 밝혔다. 철수 없이 이라크 내 이슬람국가(IS) 소탕에 매진하겠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국방부도 성명을 통해 이라크에 파병된 군을 철수하기 위한 어떠한 계획도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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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독일 등은 병력 재배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독일 정부는 이라크에 배치한 병력 120명 중 30명을 요르단과 쿠웨이트로 보내기로 했다. 아울러 미국과 유럽의 집단안보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또한 안전에 대한 우려로 이라크에 배치한 수백명 규모의 인력 중 일부 병력을 일시 철수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라크 주둔은 유지하고 상황이 허락할 때 훈련임무를 계속해나갈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 나토 측의 입장이다.

이라크 철수를 놓고 갈림길에 선 유럽 국가들이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만큼은 머리를 맞대고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이란 문제와 관련해 영국·프랑스 외무장관과 회동한 뒤 취재진과 만나 “이란은 자국의 핵무기를 개발할 수 없다”면서 “우리는 공동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5일 이란 정부는 핵합의에서 정한 핵 프로그램 동결·제한 규정을 더 이상 지키지 않겠다며 사실상 핵합의 탈퇴를 선언했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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