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기로에 선 안보<중> 돈으로는 평화를 살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대북 경제지원과 남북경협 증진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돈으로 북한 핵을 사서 없애버리면 평화를 달성할 수 있다는 발상이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신년사에서 평화경제와 남북협력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평화를 통해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은 궁극적으로 평화경제”라며 “남북협력을 더욱 증진시켜 나갈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절실해졌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남북 철도 및 도로 연결 △비무장지대(DMZ) 일대의 국제평화지대화 △접경지역 협력 △스포츠 교류 등 5대 협력사업을 제안했다. 2018년과 지난해 신년사에서 각각 여섯 번, 한 번 언급했던 ‘비핵화’와 ‘북핵’은 이번 신년사에서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이에 “비핵화 없는 평화체제를 기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현 정권의 대북정책 구상은 친문(親文) 세력의 핵심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발언에서도 잘 드러난다. 유 이사장은 지난해 6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공동으로 진행한 유튜브 방송에서 북핵 해법에 대해 “(북한에) 돈을 주고 돈벌이할 길을 열어주고 북핵을 사버리는 것”이라며 ‘북핵 구매론’을 제기했다. 하지만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햇볕정책으로 북핵 개발을 저지하려 했으나 완전히 실패했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북한에 송금하거나 현물로 제공한 액수는 총 68억달러가 넘는다. 친문 세력들은 “남북교역에 따른 대북 송금이 포함된 액수”라고 변명하지만 대규모 대북 지원이 이뤄진 것은 분명하다. 또 한국이 역대 정권을 거치면서 남북협력기금으로 북한에 빌려주고 아직 받지 못한 차관 규모도 지난해 기준으로 총 9억8,100만달러(약 1조1,630억원)에 이른다. 북한에 성의를 다해 ‘퍼주기’를 했음에도 되레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기술 고도화뿐이었다. 북한은 이를 토대로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으로 도발하고 2017년 9월에는 6차 핵실험까지 마쳤다. 지난해에는 13번의 미사일 등 발사체 도발을 감행했다.

관련기사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 정권이 체제와 정권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핵을 팔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데 우리 정부가 핵을 구매하겠다는 발상을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말 개최된 노동당 전원회의 보고를 통해 “가시적 경제 성과와 복락만을 보고 미래의 안전을 포기할 수 없다”면서 “우리 국가의 안전과 존엄은 그 무엇과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 폐기와 경제제재 완화를 맞바꿀 생각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셈이다. 북한은 중국·러시아의 대북제재 완화 추진 노력 속에서 틈새를 찾으며 핵 동결 합의를 통한 사실상의 핵 보유국 지위를 굳히려 시도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를 통해 배울 점은 오로지 강한 힘을 가질 때만 북한의 도발을 막고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돈과 달래기로는 우리 생명을 안전하게 지킬 수 없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