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퇴직한 공직자의 취업제한 대상이 되는 외국계 로펌 수가 사상 최대인 5곳으로 급증했다. 국내에서만 연매출 100억원 이상을 거두는 외국계 로펌 수가 그만큼 증가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2012년 법률 시장 개방 이후 주요 글로벌 로펌을 중심으로 외국계 로펌이 내실을 강화하며 외연 확장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인사혁신처가 고시한 관보 기준(지난해 12월31일)으로 퇴직 공직자 취업제한 대상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는 코브레&김(미국), 클리어리 가틀립 스틴 앤 해밀턴(미국), 스티븐슨 하우드(영국), 허버트 스미스 프리힐스(영국), 클리포드 챈스(영국) 등 5곳에 달했다. 2012년 외국계 로펌이 국내에 처음 상륙한 이후 가장 많은 수다. 퇴직 공직자 취업제한에 걸린 외국계 로펌은 2016년 클리포드 챈스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줄곧 2~3곳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에는 대상 기관이 코브레&김과 클리어리 가틀립 스틴 앤 해밀턴 등 2곳에 불과했다.
현 공직자윤리법은 취업제한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 기준을 연간 매출 100억원 이상으로 삼는다. 2018년 들어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거둔 외국계 로펌 수가 5곳으로 늘었다는 얘기다.
국내에 외국법자문법률사문소가 들어선 것은 지난 2012년 7월 설립 인가를 받은 미국의 롭스 앤 그레이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가 시초다. 이후 30개가 넘는 해외 로펌이 한국 시장 문을 두드렸다. 현재는 총 29개 외국계 로펌이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최대 로펌 잉커가 서울 서초동에 한국사무소를 개설하기도 했다.
이들은 주로 해외 진출을 꾀하는 국내 기업이나 국내 입성을 노리는 해외 현지 기업들에 법률 자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외 진출을 위해선 현지 법과 국내 법을 모두 알아야 하기에 기업들은 주로 국내 로펌과 병행해 이들의 자문을 얻는다. 한국 로펌과 달리 외국계 로펌 한국사무소는 대부분 10명 내외로 인력이 적은 만큼 100억원 이상 매출을 넘는 곳은 1인당 매출이 수십억에 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일각에선 연매출 100억원 이상의 외국계 로펌 수가 늘었다고 해서 외국법자문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징후는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해당 매출이 경기 둔화가 본격화 되기 전인 2018년 기준인 데다 한국 특유의 엄격한 외국법자문사법 규제로 어려움을 겪는 회사도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8년 11월과 지난해 7월에는 미국계 대형 로펌인 심슨대처와 맥더모트가 각각 한국에서 철수하기도 했다.
A 대형 로펌 관계자는 “기준이 100억원일 뿐 개별적으로는 실제 매출 액수가 100억원을 한참 초과했을 수도 있다”며 “법률 시장 개방 이후 일부 외국계 로펌은 이제 한국 시장에 완전히 안착했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