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이란에서 발생한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 사건 희생자들이 속한 5개 국가 대표들이 오는 1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회동해 법적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13일 밝혔다.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바딤 프리스타이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이날 로이터 통신에 “우리는 애도하는 국가들의 외무장관 그룹을 만들었다”면서 “어떻게 이 사건에 대처할지, 그들(이란 측 책임자들)을 어떻게 처벌할지 등의 법적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16일 런던에서 직접 만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5개 국가에 우크라이나, 캐나다, 스웨덴, 아프가니스탄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1개 국가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앞서 캐나다가 이들 4개 국가와 영국이 희생자 유족들을 지원하기 위한 조정 그룹을 만들었다고 밝힌 점에 비춰볼 때 영국이 런던 회동 그룹에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프리스타이코 장관은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미국과 이란 간 대치로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테헤란의 민감한 군사 기지 인근을 비행했다는 이란 측 주장에 대해 ‘난센스’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는 난센스다. 우리 비행기는 관제소에 의해 주어진 국제 항로 안에서 비행하고 있었고 아무런 특별한 상황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 여객기가 추락 직전 항로를 변경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이는 미사일에 맞았기 때문이다. 비행기는 이미 죽어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객기 격추는 “이란 정부의 책임”이라면서 “누가 (미사일 발사) 명령을 내렸는지, 누가 (발사) 버튼을 눌렀는지 등을 규명해야 한다. (책임있는) 모든 사람은 처벌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리스타이코 장관은 이어 “우리는 우크라이나 전문가들에 의해 블랙박스 기록들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프랑스와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도 조사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들은(이란은) 우리에게 그것(블랙박스)을 넘겨주기로 약속했다. 아직 인도가 언제 이루어질지 날짜를 받지는 못했다. 우리는 블랙박스의 즉각적인 공개를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이날 이란의 여객기 격추 사건과 관련 ‘항공운송수단 운용 안전 규정 위반’, ‘고의적 살해’, ‘고의적 자산 파괴 혹은 손상’ 등 3가지 우크라이나 형법 위반 혐의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8일 오전 우크라이나 키예프로 가기 위해 이란 수도 테헤란을 출발했던 우크라이나국제항공 소속 보잉 737-800 여객기가 테헤란 이맘호메이니 국제공항을 이륙한 직후 추락했다. 이 사고로 여객기에 탑승했던 167명의 승객과 9명의 승무원 등 176명 전원이 사망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에 따르면 이란인 82명, 캐나다인 63명, 우크라이나인 11명(승무원 9명 포함), 스웨덴인 10명, 아프가니스탄인 4명, 독일인 3명, 영국인 3명 등이 숨졌다.
당초 서방의 ‘악의적 심리전’이라며 미사일 공격설을 부인하던 이란은 증거 자료 등을 동원한 서방 국가들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자 결국 책임을 시인했다. 이란 군합동참모본부는 앞서 성명에서 “사고기(우크라이나 여객기)는 테헤란 외곽의 민감한 군사 지역 상공을 통과하고 있었다”며 “미국의 모험주의가 일으킨 위기 상황에서 이를 적기로 오인한 사람의 의도치 않은 실수로 격추당했다”고 밝혔다.
이란 혁명수비대 우주군 사령관은 뒤이은 기자회견에서 방공미사일 시스템 작동자가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미국의 순항미사일로 착각해 요격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