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마을’이라 불리는 전남 해남. 국보와 보물들을 품은 1,500년 역사의 대흥사와 소치 허련이 그림 그리던 운림산방, 추사 김정희와 초의선사의 정신이 서린 곳이지만, 정작 현대에 이르러서는 역사·문화적 기반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지난 2014년 해남종합병원 내 유휴공간에 개관한 행촌미술관은 매년 전국의 예술가 40여 명을 초대해 이곳의 역사와 문화를 예술작품으로 재생산하는 ‘풍류남도 해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결과물인 작품은 해남군 내 유휴 공간이나 고산 윤선도가 살았던 해남 윤씨 종가인 녹우당, 대흥사 등지에 전시됐다. 해남군 임하도의 한 폐교는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인 ‘이마도작업실’로 탈바꿈했다. 해남읍 학동리에 위치한 유휴 골프연습장은 리모델링을 거쳐 ‘수윤아트스페이스’라는 전시장으로 개관했다. 마을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고 볼거리, 즐길거리가 생겼다. 인근 지역까지 소문이 나 연간 3,000여 명의 학생들이 예술 체험의 기회를 가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최근 행촌미술관 외에 다산미술관, 남포미술관을 ‘농촌 지역사회 기여 박물관·미술관 우수사례’로 선정했다. 문체부 장관상을 받은 행촌미술관은 해남종합병원 설립자인 고(故) 행촌 김제현(1926~2000)을 기리며 예향 남도의 예술활동을 후원하고자 설립된 행촌문화재단이 설립한 곳이다. 이승미 전 인천아트플랫폼 관장이 미술관 설립 초기부터 기획을 맡아 현재 관장으로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농협중앙회 회장상을 수상한 전남 화순군 다산미술관은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 화순 다산마을 인근 초등학생과 선생님, 어르신 등이 직접 예술가로서 참여한 ‘다산의 중심에서 예술을 외치다’(2017) 전시가 모범사례로 꼽혔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사장상을 수상한 전남 고흥군 남포미술관은 도서 지역과 복지시설, 군부대 등을 찾아가 미술관 소장품을 전시하는 ‘찾아가는 미술관’을 기획해 지역사회와 문화를 공유했다. 지난 2011년부터 고흥군 내 국립소록도병원과 손잡고 환자와 주민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교육, 미술관 음악회, 소록도 대형벽화 제작 등을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