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대신 배달·외식을 선호하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가계 소비에서 식자재 구매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14일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해 1~3분기 가계의 명목 국내 소비지출액(656조86억원) 중 11.42%(74조8,956억원)가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를 사는 데 쓰였다. 2014년(11.3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같은 현상은 가계 소비가 전체적으로 늘어났다기보다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고 1인 가구 증가로 외식하거나 음식을 시켜먹는 문화가 커진 결과로 보인다. 가계가 돈을 얼마나 썼는지를 보여주는 가계의 국내 소비지출액은 지난해 1~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6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증가율은 2015년 1∼3분기(2.10%) 이후 가장 낮았다.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역대 최저인 0.05%까지 낮아지면서 이 분야에 대한 가계의 지출액도 1.69%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대로 외식이나 배달 등이 포함된 음식점 및 숙박 서비스 지출액은 68조5,7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8% 늘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국내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소비 트렌드 변화’ 보고서를 통해 “39세 이하 가구주에서 식재료 등 식료품 구입 비용은 감소하고 외식 등 음식·숙박 지출이 늘었다고 있다”고 밝혔다. 배달 앱 이용자와 거래액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3년 83만명이던 배달 앱 누적 이용자 수는 2018년 2,500만명으로 늘어났다. 거래액은 2013년 3,647억원에서 2018년 3조원으로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엥겔지수’의 효용성이 낮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계 소비에서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엥겔지수’라고 하는데 최근 1인가구가 늘고 외식과 배달을 이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 엥겔지수로 한 나라의 생활수준을 직접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은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외식, 배달, 집밥 지출을 구분하지 않고 식비지출로 여기곤 한다”며 “과거와 달리 엥겔지수의 효용성은 낮아진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