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기업 압박하면서 경기호전 기대 모순 아닌가

상장사의 사외이사 임기를 6년(계열사 포함하면 9년)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상법시행령 개정안이 21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사외이사 임기 제한은 한마디로 외부에서 기업경영에 개입하는 반시장적 조치다. 그동안 사외이사가 거수기 역할을 해온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임기를 제한하는 것은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이 조치가 당장 시행되는 것도 큰 문제다. 상법시행령은 공포 후 즉시 시행되므로 3월에 주주총회를 여는 상장사 가운데 사외이사를 새로 뽑아야 하는 곳은 한 달 안에 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 올해 566개 기업이 718명의 사외이사를 새로 뽑아야 하며 12월 결산 상장사의 60%가 사외이사의 절반 이상을 교체해야 한다니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외국 어디에서도 찾기 어려운 과잉규제를 이렇게 전광석화로 밀어붙인 것은 여당이 총선을 앞두고 공천 탈락자를 구제하기 위해서라는 어처구니없는 말까지 나도는 실정이다.


이날 동시에 국무회의를 통과한 자본시장법 시행령도 기업을 압박하기는 마찬가지다. 개정된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경영권의 핵심사항인 이사 선임·해임과 정관변경 추진을 경영개입 범주에서 제외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는 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무력화하는 것으로 상위법령인 자본시장법이 임원 선·해임 등을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행위’로 규정한 것과도 배치된다. 특히 주요 상장사 지분을 대량 보유할 기관이 사실상 국민연금뿐이라는 점에서 국민연금을 통한 기업 길들이기의 물꼬를 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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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3%로 제시했다. 지난 9개월간 무려 3번이나 전망치를 낮췄다. 세계 경제의 활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만큼 우리 경제가 반등하기도 그만큼 더 어려워지고 있다. 기업에 힘을 실어줘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옥죄고만 있으니 정부는 경제를 살릴 마음이 있기나 한지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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