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노래를 듣고 기분이 나쁘다면 꼰대, 속 시원하면 꼰대한테 당해본 사람 아닐까요. 저희 곡이 ‘꼰대 판별법’이 될 수 있겠네요.”(웃음)
최근 서울 홍대의 한 연습실에서 만난 인디 록 밴드 피싱걸스의 멤버들은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신곡 ‘응 니얼굴’에 대한 소개를 부탁하자 대뜸 이렇게 말했다. 가사를 보니 이유를 알 만하다. ‘조언인 척 깎아 내리면/네가 뭐라도 된 것 같나요?/아는 척하지 마요/재수 없으니까/정신 좀 차리고 좋은 사람 만나/시집 장가 가야지? /너나 잘 살지 그래?’ 청년세대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속 시원한 내용이 눈에 띈다. 설 연휴에 오랜만에 만나는 친척들의 질문공세에 대한 대답을 대신해주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피싱걸스가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피싱걸스는 매주 홍대 공연장 무대에서 팬들을 만나고 있지만 최근에는 KBS2 ‘뮤직뱅크’ 연속 출연으로 지상파까지 발을 뻗쳤다. 방송 후 음원 사이트 검색어 1위에도 오르며 화제가 되고 있다. 인디밴드로는 드물게 패션뷰티 브랜드로부터 ‘협찬’ 러브콜도 이어지는 중이다. 피싱걸스는 비엔나핑거(보컬 겸 기타), 양다양다(베이스)와 유유(드럼) 20~30대 세 명으로 구성됐으며, 본명과 나이는 신비주의 컨셉을 유지하고 있다.
‘응 니얼굴’은 비엔나핑거가 직접 작사·작곡한 곡이다. 그는 “사실 지금 밴드를 하는 것에 대해 ‘정신 차리라’는 얘기들 많이 들었다”며 “생각해보면 ‘너 언제까지 할거니’ ‘언제 잘되니’ 처럼 직장인들에게는 잘 하지 않는 말을 예·체능하는 사람들에게는 서슴없이 하는 거 같다”며 곡을 만든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욱’해서 만든 노래는 젊은이들에게 큰 공감을 얻었다. 하지만 어떤 특정 세대를 의식하거나 누구를 공격하기 위해 쓴 곡은 아니라고 그는 강조했다. “젊은이들만이 아닌 누구에게나 해당 되는 얘기죠. 50대한테는 60대가 꼰대가 될 수 있는 것처럼, 꼰대는 나이·성별에 제한이 없는 거 같아요.”
사실 피싱걸스는 꽤 오래 내공을 쌓아 온 팀이다. 2012년 한창 인기가 있던 걸그룹 원더걸스를 보고 밴드계의 원더걸스가 되자는 의미로 피싱걸스라는 이름을 지었다. 지방에서 활동하다 2016년 이혁준 프로듀서의 눈에 띄어 본격적으로 서울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밴드는 지난해 3월 정규 1집 ‘피싱 퀸(Fishing Queen)’으로 록·펑크의 대중적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 앨범 발매 후 홍대 유명 공연장인 롤링홀에서 가진 단독 공연은 전국에서 몰려든 팬들 덕분에 300여석이 매진됐다. 여성 인디밴드가 롤링홀에서 단독 공연을 열고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는 사실은 4,000개 안팎의 밴드가 활동하는 인디씬에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피싱걸스 노래는 톡톡 쏘는 가사 못지않게 신나는 멜로디도 매력 포인트다. 록음악이라고 하면 시끄러운 음악을 떠올리기 쉽지만 피싱걸스 노래는 남녀노소 듣기 쉬운 신나는 멜로디가 특징이다. 병상에서 이들의 음악에 위로받았다며 직접 공연에 찾아와 감동의 눈물을 흘린 팬도 있을 정도다. 비엔나핑거는 “요즘 음원 차트는 이별노래 아니면 아이돌 음악 일색인데, 피싱걸스는 대놓고 밝은 음악을 내세운다”며 “팬들이 에너지를 받아서 즐거워 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