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통합이 속도를 내자 본체인 자유한국당 내부가 분열하고 있다. 보수통합을 이끄는 혁신통합추진위원회가 최대 파트너인 새로운보수당과의 통합 방향을 내놓을 시간이 임박하자 당내 쇄신 대상으로 내몰린 의원들은 물론 강성보수 지지층도 등을 돌리며 한국당의 지지율이 흔들리는 상황이다. 2월 현역 의원의 공천 윤곽이 나오면 당내 불만이 폭주해 내홍이 불거질 우려도 나온다.
30일 한국당 지도부와 의원들은 국회에서 보수통합과 관련한 논의를 위해 의원총회를 열었다. 총회에서 심재철 원내대표는 “총선에서 압승해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무너져가는 한국을 살리는 것이 목표”라며 “지금 진행되고 있는 통합과 혁신에 힘을 실어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혁통위는 31일 1차 통합 논의 결과를 발표한다. 유승민 새보수당 의원이 “통합 논의가 길어질 이유가 없다”며 밝히며 다가오자 통합은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총회는 1차 결과를 발표하기 전 의원들의 의견을 묻기 위해 열렸다.
하지만 총회에서 의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총회에 참석한 의원들에 따르면 공천관리위원회는 다음달 8일과 9일 현역 의원들의 지역구 여론조사를 통해 공천 여부를 평가하기로 했다. 새보수당 등 범보수세력과 1차 통합 결과를 발표한 후 현역 의원들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는 것이다. 한국당은 지역구에서 당 지지율보다 의원 지지율이 낮은 경우 공천에서 배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한 의원은 “이미 현역 50% 물갈이를 발표하고 보수통합 방향마저 나왔는데 짜맞추기식 공천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차 통합 결과를 앞두고 하락하는 지지율도 당내 의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날 리얼미터가 발표한 한국당의 지지율은 29.8%로 7주 만에 30%선이 붕괴됐다. 텃밭인 부산·울산·경남(PK)와 대구·경북(TK)에서 지지율이 3%포인트가량 빠졌고 50대에선 지지율이 8%포인트나 추락했다. 반면 우리공화당(1.8%)의 지지율은 0.7%포인트 반등했다. 이 때문에 새보수당을 끌어안으면서 탄핵 국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한 강성보수 지지층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극우계열로 분류되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전광훈 목사는 신당 창당 계획까지 밝혔다. 황 대표는 보수성향의 유튜브 채널에 나가 “애국시민이 가장 중요하다”며 달래기에 나섰다.
더욱이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들까지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지도부가 용퇴를 선언한 의원들에게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으로 당적을 옮기라고 권유하면서다. 선거법 150조에 따라 의원 수가 많은 순서대로 기호를 배정받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에 이어 3번을 받으려면 바른미래당(20석)보다 많은 의원이 가야 한다. 한 의원은 “쇄신 대상이라며 용퇴했더니 불명예를 준다”며 “이런 지도부를 믿고 누가 몸을 맡기겠느냐”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공개적으로 박 전 대통령의 형 집행 정지를 요구했다. 보수통합 막바지에 박 전 대통령이 풀려나면 판 자체가 깨질 수 있다. 탄핵에 찬성한 새보수당의 책임론에 휩싸일 수 있다. 새보수당에 탄핵세력으로 몰리고 “TK에서 칼을 휘두르겠다”는 공관위의 발언에 따라 TK 의원들은 공천에서 탈락하면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보수통합이 보수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