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만기가 돌아왔는데 은행 직원이 이자보다 더 주는 안전한 상품이 있다고 해서 가입했다가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총수익스와프(TRS)가 뭔지도 모르는데, 그것 때문에 손실이 더 크다고 합니다. 이렇게 위험한 상품인 줄 제대로 설명해줬다면 가입 안 했을 겁니다.”
환매가 중단된 이후 라임펀드 피해자들의 카페에 수 없이 올라오는 글이다. 상당수 투자자들은 제대로 설명도 못 듣고 가입했다고 호소한다. 문제는 일부 판매사 직원들조차 펀드 운용 구조, 리스크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팔았다는 점이다. 판매사들은 신규 상품 파는 데만 급급해 수백억, 수천억원어치를 판 금융상품의 사후 모니터링은 제대로 하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곳곳에서 터지기 시작한 사모펀드 사태는 판매사들의 책임 방기로 인해 더 커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직원도, 투자자도 모르고 펀드 가입했다 날벼락= 공모펀드는 운용사가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고 운용 내역에 대해서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공개를 해야 하지만, 사모펀드는 운용사의 펀드 운용 내역 공개 의무가 없다. 다만 운용사들은 상품설명서를 제시하지만 개략적인 내용만 게재해도 판매사들은 더 이상 ‘추궁’하지 않는다. 한 사모펀드 판매사의 직원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만해도 잘 나가는 사모펀드 운용사에 찾아가서 ‘제발 우리도 팔게 해달라’며 애원해야 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운용 내역에 대해 꼬치꼬치 물어볼 수는 없었다”고 털어놨다. 라임펀드를 판매 한 시중은행 수도권 지점의 직원은 “본사에서 준 펀드 설명서에는 TRS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다”며 “나 역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의 벤더업체(하청)업체의 매출채권과 같이 담보가 있는 자산에 투자하는 것으로 알고 팔았다”고 말했다. 보상 결정과 은행장 징계가 내려진 파생결합증권(DLS)의 불완전 판매에서도 직원도 모르고 판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은행 직원은 기초자산인 미국과 영국의 CMS(이자율 스와프·Constant Maturity Swap)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팔았다가 해당 은행은 55~65%의 배상을 해줘야 했다. 게다가 일단 상품을 판 이후에는 모니터링, 실사 등의 리스크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수수료 실적을 올리기 위해 신규 상품 파는 데만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판매 수수료 자주 떼려 6개월짜리 상품 남발= 게다가 판매사들은 판매 수수료 수익을 올리기 위해 단기 상품을 남발한 것도 문제로 꼽힌다. 우리은행은 해외금리연계 DLS(파생결합증권)도 4개월~6개월로 쪼개서 팔았다.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역시 6개월짜리 시리즈 펀드를 최소한 50개 이상 만들어 팔았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개인간대출(P2P) 팝펀딩 역시 6개월 만기 상품이 대부분이다. 이 같이 만기를 짧게 가져가는 이유는 판매 수수료 때문이다. 한 판매사 직원은 “1년 만기로 1% 떼는 것보다 6개월 만기로 0.7%를 떼고 펀드를 두 번 돌리면 연 1.4%의 수수료 수입을 올릴 수 있다”며 “같은 펀드인데 만기를 잘라서 만들면 1년에 두 번, 세 번씩 가입시킬 수 있어 ‘2모작, 3모작’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상품들의 경우 대부분 수익은 연 4~5%로 제한적인데 손실은 최대 100%라는 점이다. 투자자들에게 굉장히 불리한 구조다.
◇“설명듣고 이해하였음” 형식적인 고객서명 다반사 =사모펀드의 경우 상품 속성상 판매규제가 공모펀드보다 느슨하긴 하지만 설명의무와 부당권유 금지는 여전히 적용된다. 상품의 내용, 위험, 수수료 등을 제대로 설명해야 하고 “사실상 원금이 보장되는 안전한” 등의 표현을 써서는 안된다. 이에 더해 지난해 금융위에서는 녹취·숙려제도를 고난도 상품 및 고령(65세) 이상의 투자자 등에 도입했다. 그러나 기존의 소비자 보호 제도가 실효성 있게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판매사 직원은 “보험 약관을 설계사가 제대로 설명해주고 가입하는 보험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모펀드 가입도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복 자본시장 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제로는 불완전 판매지만 판매사 직원들의 안내하에 투자자들은 ‘설명듣고 이해했다’고 사인을 하기 때문에 형식적으로는 불완전 판매가 아닌 경우가 많다”며 “판매 규제를 새로 만들기보다는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감독 당국의 집행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