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사태에 직면한 정부가 대학 개강 연기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확진자가 활동한 감염 우려 지역에 대해서는 초·중·고등학교의 개학을 연기하기로 했다. 확진자 급증·3차 감염자 발생 등 신종코로나가 급속도로 번지면서 ‘개학 연기까지는 필요 없다’던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2일 범부처 확대회의 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다음 달 학기 시작에 맞춰 중국인 유학생들이 다수 입국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범부처 유학생 지원단’을 구성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원활한 학사 운영을 위해 대학에 개강 일자를 연기하도록 권고할지 검토하고 있다.
신종코로나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우리나라 입국 자체가 어려울 수 있는 만큼 중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온라인 수업을 하는 등 학사 운영 가이드라인도 마련하기로 했다. 교육부가 각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달 13일 이후 후베이성을 방문했다고 신고한 사람은 112명으로 집계됐다. 대학들이 보통 금지하고 있는 신입생의 1학년 1학기 휴학도 허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국가교육통계센터에 따르면 지난해를 기준으로 국내 대학학위과정에 있는 중국인 유학생은 3만7,257명에 달하며 어학연수생 등을 포괄적으로 합하면 약 7만 명에 달한다. 중국 유학생들이 개강에 앞서 거처를 알아보는 기간을 고려하면 이달 중순부터 대규모 입국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개강 연기를 요구하는 주된 이유다. 다수의 중국 유학생들이 우리나라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어 신종 코로나의 전염을 막기 위해 개강 연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제기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31일 “서울에만 중국 유학생이 1만 명을 넘고 전국적으로 보면 7만 명이 넘는데 개강을 앞두고 속속 귀국할 가능성이 있다”며 “많은 숫자를 감당하기 쉽지 않은데 개강을 늦추거나 인터넷강의를 보도록 조치를 취해달라”고 말한 바 있다.
그동안 각급 학교의 개학을 연기할 필요가 없다던 정부는 전향적으로 입장을 바꿨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신종코로나의 확산을 고려해 감염 우려 지역에 한해서 개학 연기를 허용하기로 했다. 해당 지역 시도교육감이 교육부 장관과 협의를 거쳐야 하는 것이 조건이다. 이미 이재정 경기교육감과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신종 코로나 확진자의 동선에 포함된 일산 등 경기 일부 지역과 전북 군산에 개학 연기를 허용해 달라고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곳곳의 학교가 휴업 계획을 밝혔다. 이날 전북 군산시는 모든 초중고교·특수학교·유치원이 휴원 또는 휴업한다고 발표했다. 유치원과 초중고·특수학교는 오는 14일까지 문을 닫는다. 유치원과 초·중·고교·특수학교는 수업뿐만 아니라 방과후 학교, 돌봄교실 등의 모든 교육 활동이 중단된다. 군산시는 신종코로나 8번 확진자가 지역의 대형마트와 목욕탕 등을 거쳐 간 사실이 확인돼 예방 차원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고양교육지원청도 3~9일 고양시 내 유치원 178곳에 대한 휴원을 결정했다. 10·11번 확진자가 고양시 일산동구 소재의 미용실을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사회에서는 “중국 방문자가 자가 격리를 하지 않은 것도 분통이 터지는데 아이들을 집 밖으로 내보내야 하느냐”는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높다. 고양·부천·수원의 초·중·고등학교는 학교장 재량에 따라 일부 학교만 휴업한다. 개별 학교 휴업 여부는 각 학교 측이나 담임 교사에게 문의하면 된다.
서울에서도 은평구에 위치한 예일초등학교가 휴업을 논의 중이다. 예일초는 전날 학교 홈페이지에서 “본교 학생 가정이 신종 코로나에 노출돼 현재 서부교육청·은평보건소와 긴밀히 연락해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학교는 학교운영위원회를 소집해 휴업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경운·김지영·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